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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금감원 "라임펀드 상각" 지시에... 업계 "자칫 사모펀드 펀드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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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이 금융감독원 지시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펀드 자산가치 상각에 반영할 경우 운용업계의 혼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라임 내에선 부실자산으로 판명난 종목이 다른 펀드에선 우량 자산으로 분류되는 사례는 사실상 예고되고 있다.

23일 자산운용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원칙은 이해는 하지만 도저히 이행 불가능한 지시"라며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점점 늦춰지고 있는 실사 결과 발표 일정이 아예 무산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전환사채(CB)와 같은 채권(부채)은 가장 중요한 것이 채무자의 상환 의지"라며 "상환 의지만 있다면 설령 상장폐지된다고 해도 CB 가치는 살아 있는 것인데, 그것을 운용책임자의 비리와 묶어 무조건 깎으라고 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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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이미 있는 모범규준에 따라 기준가를 설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최소한 라임운용 펀드는 부실 가능성이 상당히 높음에도 기준가엔 전혀 반영되고 있지 않다면서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일은 당초 지난 13일쯤 실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계속 늦춰지다가 메자닌(CB 등) 펀드는 다음달 중순, 무역금융펀드는 다음달 말 발표하기로 했다.

운용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기준가 조정이 다른 자산운용사의 포트폴리오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한 불안감이 모든 사모전문 운용사로 번지는 것이다.

일례로 포트코리아자산운용과 라움자산운용은 라임자산운용의 아바타 펀드라는 의혹을 받을 정도로 투자종목이 상당히 겹친다. 특히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전문투자형 사모신탁 제12호'는 코스닥기업 에스모(073070)와 에스모 머티리얼즈의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지난해 12월 각각 107억원, 133억원 규모로 1년간 의무 보유조건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에스모와 에스모 머티리얼즈는 라임자산운용이 수백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한 곳이다. 라임운용이 에스모의 실소유주로 알려지고 있는 이 모 회장의 무자본 M&A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즉 포트코리아는 라임 사태를 딛고 에스모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유증에 참여한 것인데, 눈에 띄는 것은 수익률이다. 지난해 4월 설정된 포트코리아 런앤히트 전문투자형 사모신탁 제12호는 지난해 연환산 수익률이 32.01%에 달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라임 펀드 내에선 부실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사모펀드에서는 명백한 우량자산으로 분류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가를 무리하게 조정하면 자칫 모든 사모펀드에서 펀드런(대량 환매)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이외에도 라임펀드에 편입된 종목을 부실등급으로 낙인찍으면 추가적으로 자금 조달 길이 막히고, 궁극적으로 채무 상환 의지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작용 중 하나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상각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는 적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일은 회수 가능성을 밴드(범위)로 발표하기로 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상각 규모는 우려하는 것보다는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안재만 기자(hoonp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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