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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충북 보은군수 주민소환, ‘찬반 펼침막’ 놓고 군-시민단체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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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 주민소환 현수막 게시 불허에 주민 반발

군 “개인 비방 안돼”…시민단체 “언로 막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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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군에선 정상혁 군수 주민소환이 추진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정 군수 재임 기간 두 번째 주민소환이다. 보은지역 시민단체 등은 정 군수의 ‘친일 망언’, 3선 재임 기간 이어진 무리한 군정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주민소환 청구를 위한 주민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보은은 조용하다. 보은 곳곳엔 주민소환 반대 펼침막이 걸리고 있지만, 주민소환을 알리거나 참여를 호소하는 펼침막(현수막)은 단 한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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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시민단체 민들레 희망연대, 민주노총 충북본부 등은 23일 오전 보은읍 행정복지센터(읍사무소)를 찾아 주민소환 관련 펼침막 게재를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주민소환 펼침막 6종 36장을 제작해 보은읍 행정복지센터에 게재를 요구했지만 걸리지 않고 있다. 읍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민원 접수 처리 시한이 일주일이다. 일주일 안에 게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원만 민들레 희망연대 사무국장은 “주민소환 반대 현수막은 바로 걸리는데 주민소환 추진 관련 현수막만 게재를 꺼리는 것은 군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 운동 이후 갖은 빌미로 현수막을 떼거나, 게시를 막더니 이제 한 달 만에 우여곡절 끝에 제작한 현수막마저 게시를 막으려 한다. 주민 여론을 막지 말라”고 했다. 또 “빈 게시대에 걸기만 하면 되는데 굳이 민원 처리시한 일주일을 내세우는 것은 주민, 출향인 등의 통행·이동이 많은 설 연휴를 피하려는 꼼수”라고 꼬집었다.

읍 행정센터는 펼침막 문구도 문제 삼았다. 시민단체 등은 ‘보은군민의 자존심과 명예는 군민 손으로 지킨다. 친일 불통 치적 갑질 군수 주민소환을 지지합니다’, ‘180억 체육 시설공사, 4인 기준 가구당 250만원 부담! 군민은 주민소환을 적극 지지합니다’, ‘재정자립도 전국 꼴찌, 군수 해외출장 전국 1위! 누구를 위한 군수인가’ 등의 펼침막을 제작했다. 읍 행정센터 관계자는 “현수막 일부 문구가 군수 개인을 음해하는 내용이 있다. 상부 기관인 군청과 상의해 게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쪽은 펼침막 게재를 막으려는 보은군의 조직적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김 사무국장은 “보은지역 현수막 업체들이 주민소환 관련 현수막 제작을 꺼려 결국 청주에서 현수막을 제작했다. 제작에 앞서 보은군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문구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확인까지 받았다. 언로를 차단하려는 갑질 행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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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등은 펼침막 게시가 막히면 ‘휴대’, ‘이동’ 펼침막 시위를 할 참이다. 이를 위해 보은지역 주요 거리, 시장 등에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정 군수는 지난해 8월 이장단 워크숍에서 지인 등의 말을 전한다며, ‘일본에서 받은 돈으로 한국 발전했다’, ‘위안부 한국만 한 게 아니다. 일본은 한국에 5억불 줬다. 일본은 그때 다 끝났다고 생각한다’, ‘일본 상품 불매하면 우리가 손해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후 보은지역 시민단체 등은 정 군수 퇴진 운동과 함께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기준 보은군 인구(3만2949명) 가운데 유권자(2만9435명)의 15%(4415명) 이상 주민소환에 찬성하면 정 군수 퇴진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 이때 주민 33.3% 이상 투표에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군수는 직을 잃는다. 앞서 보은주민들은 2013년 정 군수가 엘엔지(LNG) 발전소 유치에 나서자 주민소환 운동을 벌였지만, 발전소 유치가 무산되면서 주민소환도 멈췄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보은 민들레 희망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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