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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김민석의 직격인터뷰] ”싸울 적도 목적도 없는 군대“ 예비역 중장의 이유 있는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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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솔레이마니 휴대폰 위치 추적해

참수작전 언제든 가능, 북한에 경고

장병 정신교육 통제, 무장해제 수준

북핵 인정 불가피, 핵도미노 우려돼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중앙일보

김용현(예비역 중장·육사 38기)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4일 중앙일보에서 북한 핵무장으로 우세했던 한국군의 유형전력이 북한에 뒤지게 됐고, 장병들의 정신 자세 이완으로 군사 대비태세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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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레이마니의 차량 위치는 그와 수행원의 휴대폰을 통해 99.9% 파악할 수 있다. 더하여 통신감청까지 하면 100%다. 그런 뒤 미국은 무인공격기 MQ-9 리퍼를 현장 상공으로 보내 타격했다. 리퍼는 작전거리가 1900㎞인데 장착된 감시장비로 차량 번호판까지 식별한다. 또 공대지 미사일 헬파이어, 레이저로 유도하는 폭탄 등으로 이동 중인 차량을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다. 군산 미 공군기지에도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안다. 리퍼-인공위성-항공모함이 연동해 컴퓨터 게임을 하듯 24시간 작전한다. 표적은 빠져나갈 수 없다.”

김용현(예비역 중장)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의 참수작전은 북한에도 강한 경고가 될 수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한반도 안보 파고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회담은 기약할 수 없는데 북한은 ‘달러 비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 고갈된다고 한다. 북한의 정부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장마당에 교란도 올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탄핵과 11월 대선에 집중하고 있다. 다급해진 북한은 지난 21일 유엔 군축회의에서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나왔다. 김 전 작전본부장을 중앙일보에서 만나 북한 도발 가능성과 우리의 대비 태세를 들었다.

Q : 작년 말 북한이 크리스마스 도발을 언급했는데 지금은.

A : “지난해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의미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언급했다. 다탄두 ICBM 또는 성능이 개량된 SLBM(잠수함용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무기 소형화 완성을 과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이 특수 정찰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워 북한을 감시하면서 강력하게 경고하는 바람에 도발하지 않았던 것 같다. 또 최근에는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 솔레이마니를 참수한 것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몸을 사리게 했을 것이다.”

Q : 한·미가 연합작전을 펴면 북한에도 솔레이마니 제거와 유사한 것이 가능한가.

A : “보안 사항이라 구체적으로는 공개하긴 어렵다. 결론만 얘기하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다. 그래서 김 위원장이 매우 두려울 것이다.”

Q : 북한이 국지도발을 벌일 가능성은.

A :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북한이 ICBM 발사 등 전략적 도발이 여의치 않을 땐 언제든 한국을 대상으로 도발을 자행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 연평도 포격처럼 접적지역에서 도발하거나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방식은 항상 가능하다.”

Q : 북한이 도발하면 ‘9·19군사합의’는 깨지는 건가.

A : “당연하다. 북한이 도발하면 우리 군은 즉각 응징한다. 그 순간 군사합의는 백지화가 된다. 북한이 도발한 마당에 군사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합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상호 적대행위 전면 중지 등을 담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9·19 군사합의)를 체결했다.

Q : 북한 도발에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하나. 요즘 군기가 엉망이라던데.

A : “이 부분과 관련해 군 수뇌부와 현장 지휘관들의 고심이 큰 것으로 안다. 최근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9·19군사합의 이후 한·미 연합훈련이 폐지 또는 축소되고, 북한 감시도 제한되고 있다. 정신적 무장해제는 더 심각하다.”

Q : 정신적 무장해제는 무슨 얘긴가.

A : “군사합의 이후 군 장병의 정신자세가 매우 이완됐다는 거다. 국방부가 장병 정신교육을 통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병들이 누가 적인지 분간하지 못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우리 군의 실질적인 대응 태세가 무너지고 있다. 굉장히 심각하다. 전투력은 무기 등 유형전력이 기본이지만 무형전력은 더 중요하다. 싸울 적이 없는 군대, 목적이 없는 군대가 되고 있다.”

Q : 군사합의 이후 북한군 정보 수집이 어렵다던데.

A : “북한군에 대한 표적 목록은 주기적으로 최신화해야 한다. 과거엔 미국이 많은 정보를 줬다. 그런데 요즘은 미국이 전처럼 북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게 사실이면 표적 관리가 허술할 것이다. 또 전방에서 공중 정찰을 하지 못해 정보 수집에 어려움이 있다.”

Q : 그래도 전투력은 우리가 첨단이고 우위이지 않은가.

A : “과거에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북한에 핵무기가 없었을 때 얘기다. 하지만 북한 핵무장이 현실화되면서 역전됐다. 재래식 무기로는 핵무기를 감당할 수 없다. 작전본부장 시절 북핵 공격을 분석한 적 있다. 수도권에 핵탄두가 떨어지면 150만∼200만명의 피해가 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그래서 북핵으로 이젠 유형전력도 북한에 뒤지게 됐다. 그런데 무형전력인 정신상태도 흔들리니 군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진 것이다.”

Q : 그런데도 국방개혁으로 전방 사단을 해체한다던데.

A : “사실 그 문제에 우려가 크다. 북한 핵 위협은 증가하는데 우리는 부대를 없애고 있다. 병사의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바람에 병력 공백이 생겨 일부 사단과 군단을 폐지하고 있다. 지금 추진 중인 국방개혁은 노무현 정부의 방안을 계승했다. 그런데 당시 국방개혁의 전제조건은 북한 핵 문제는 해결되고 재래식 위협도 줄어든다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북한은 핵무장했고 대구경 방사포와 여러 종류의 미사일까지 개발했다. 북한군 위협이 오히려 늘었다. 정부는 북핵이라는 중대한 변수도 무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개혁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마땅하다.”

Q : 북한 비핵화가 장기화되면 어떻게 되나.

A :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젠 그런 접근법이 유효하지 않다. 북한 핵 문제는 비핵화가 아니라 언제쯤 핵보유국으로 등장할 것인가에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시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북핵을 현실적인 눈으로 봐야 한다.”

Q : 북핵이 인정받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A : “사실 미묘한 차이지만 결과는 매우 크다. 핵 능력을 가진 것과 인정받는 것은 별개다. 현재 북한 핵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해 불법으로 돼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인정받으면 지위가 바뀐다.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를 묵시적으로 인정받은 파키스탄처럼 북한도 핵 문제로 시달리지 않게 된다. 또한 북한이 핵을 더 고도화하고 수량을 늘려 임계점을 넘기면 비핵화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Q :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 어떤 일이 생기나.

A : “아마 동북아 전체에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리보다 일본이 먼저 핵무장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본은 5∼6개월 정도면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핵무장과 관련된 사전준비를 했다는 일본 전문가 얘기도 있다. 그게 맞는다면 일본의 핵무장 기간은 2∼3개월로 줄어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일본의 핵무장에 그리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듣고 있다.”

Q : 그러면 한국은 핵무장한 국가로 둘러싸이는 것 아닌가.

A : “그게 문제다. 마치 구한말과 같은 상황이 된다. 그때 주변국은 철로 된 군함에 대포와 소총을 무장했는데 조선 군대는 창과 활로 싸웠다. 고종이 외교로 극복하려 했지만, 힘이 없는 데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그래서 당장 핵무장하자는 건 아니지만, 정부는 동북아 핵 도미노 상황에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일본이 핵무장에 나섰을 때 우리와의 시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Q : 육사 동기에서 선두주자였는데 투서사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해결됐나.

A : “10년 전쯤 사단장 시절 병사가 한강 변에서 작업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그런데 내가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사고 병사를 영웅으로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그때 해당 부대 연대장이 투서했다. 군검찰과 헌병 수사 결과 사건 조작이 그 연대장의 소행으로 드러나 징계받았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육사 출신을 적폐 대상으로 삼자 옛날 사건을 다시 들췄다. 하지만 지난해 그 연대장은 상관 무고죄로 1년 6개월 실형을 받아 수감됐고, 나는 민간 검찰로부터 ‘혐의없음’을 통보받았다. 그래도 40년 동안 같이 해온 전우들에게 부담을 줘 미안한 마음이다.”

■ ◆김용현 예비역 중장

육사 38기로 17사단장과 수도방위사령관을 지냈다. 합참 작전본부장(2015∼ 2017) 재직 시 북한이 핵실험 3회에 미사일 발사 20여 회 등 50여 차례 도발로 2년 동안 거의 퇴근하지 않았다. 2013년 합참 작전부장 때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협박에 “북한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까지 단호하게 응징하겠다”고 대응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인터뷰에는 김서희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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