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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NOW] 점집에도 한류 열풍? 사주 보러 줄서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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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점, 값싸고 신기해" 유튜브서 정보 얻고 서울 방문… 일부 점집은 90%가 외국인

조선일보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주 카페에서 일본인 히라노 리쓰에(맨 오른쪽)씨가 역술인 박만호(가운데)씨에게 사주 상담을 받고 있다. /남지현 기자


"당신 어머니가 장수하지 못할 것이니, 친정집으로 돌아가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시게나!"

지난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주 카페를 찾은 일본인 히라노 리쓰에(64)씨에게 역술인 박만호(55)씨가 이렇게 말했다. 흰 종이 위에 리쓰에씨의 한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쓰고 한참을 생각한 뒤였다. 결혼 후 20여년간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리쓰에씨는 '이제 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며 박씨에게 사주를 봐달라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박씨가 고용한 일본인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통역했다.

사주·신점(神占) 관광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 등지에 있는 사주 카페나 점집들은 외국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다. 21일 기자가 방문한 명동 점집 6곳 중 3곳, 홍대입구 주변 점집 13곳 중 5곳에 'palm ·face reading, oriental fortune telling (손금·관상, 사주)' 'Chinese·Japanese OK(중국어·일본어 가능)' 등 외국인 호객용 간판이 걸려 있었다. 리쓰에씨 점을 봐준 역술인 박씨는 "매장을 찾는 손님의 90% 이상이 외국인인데, 일본인과 중국인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한자 이름이 없는 외국인들은 관상이나 생년월일을 통해 점을 본다. 사주 카페를 운영하는 역술인 양모(63)씨는 "생년월일로 사주를 볼 땐 시차(時差)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태어난 도시를 묻고, 아시아 시각으로 계산해 점을 친다"고 했다. 또 다른 역술인은 "한국 사람들이 자녀·애인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면, 외국인들은 '내 사업이 앞으로도 잘될 것 같으냐' 등 본인과 관련된 내용을 궁금해한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점 문화를 접하는 통로는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유튜브에 'Korean fortune teller(한국 점쟁이)'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세계 각국 유튜버들이 한국에서 점을 본 뒤 올린 후기 영상이 수백 개 뜬다. '가봤는데 아주 신통하게 잘 맞힌다' '일본 점집보다 저렴해서 부담 없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점을 봐주는 유튜브 채널 'TV용군' 운영자 김모(36)씨는 "유튜브를 보고 연락해 온 외국인이 지난달부터 1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한국 점 문화가 흥미롭다"는 게 외국인들의 반응이다. 독일인 베로니카(31)씨는 "유럽인들에겐 불교나 토속신앙에 근거한 한국의 사주 문화가 굉장히 신기하다"며 "점쟁이들이 정말 미래를 내다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다"고 했다. 일본인 나오미(62)씨는 "일본에도 점집이 있지만 관상, 사주까지 볼 수 있는 건 한국뿐" 이라고 했다.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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