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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은발이 된 국대 "여전히 격렬하게 공 차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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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행복 프로젝트] [6] 평균나이 70세 실버축구단 '로얄FC'

이회택·김재한 등 왕년 축구스타

매주 토요일 경기장에 모여 운동… 경기 내내 몸싸움하고 전력 질주

"나이 들수록 사람 자주 만나고 몸 움직여야 마음 늙지 않는다"

지난 18일 경기도 파주 교하체육공원 축구경기장에서 김용세 선수가 17m 거리에서 감아 찬 프리킥이 골대 왼쪽으로 빨려들어갔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용세야, 어려서 그런지 킥이 쫙쫙 감기네!" 찬사를 받은 김용세 선수의 나이는 60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한 축구계 원로지만 이날 필드에선 막내였다.

지난 2005년 전직 국가대표를 주축으로 창단한 '로얄 FC' 멤버의 평균 나이는 70세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서윤찬(79), 김재한(73), 김진국(69) 등이 경기장을 누빈다. 이회택(74) 전 국가대표 감독은 경기 전 훈련을 같이 하며 사기를 북돋는다. 막내는 최근 매주 경기에 나온다는 배우 최수종(58)씨. 이회택 전 감독은 "여기서는 환갑에 가까운 최수종씨가 물주전자를 나른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선수들은 "필드에 서면 젊을 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젊을 때 그렇게 공을 찼어야지'라며 서로 웃는 모습은 장난꾸러기 소년들 같았다. 이근원(70)씨는 "동년배 친구들과 몸을 부대끼며 공을 찰 때면 나이를 잊는다"고 했다. 이회택 전 감독은 "나이 들수록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신체를 움직여야 마음이 늙지 않는다"고 했다.

◇"필드에 서면 젊을 때로 돌아간 듯"

실버축구단의 경기는 전·후반 25분씩이다. 고령자 경기라고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상상하면 오산이다. 공을 잡으려고 몸을 날리고, 공중볼을 경합하며 몸을 격렬하게 부딪쳤다. 상대팀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리기 위한 급발진 전력 질주도 경기 내내 이어졌다. "너무 격렬하게 뛰시는 것 아니냐"고 하자 멤버들은 "젊을 때 승부욕이 어디 가겠어? 죽자 사자 뛰는 거지"라고 했다. 국가대표 스트라이커 계보에 한 획을 그었던 이회택 전 감독은 최근 재발한 무릎 통증으로 이날 경기에는 뛰지 못했지만 사이드라인 밖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뛰어다녔다. 69세 김진국 선수의 화려한 아웃사이드 킥에 '잘 찼다'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조선일보

18일 경기도 파주 교하체육공원 축구경기장에서 실버축구단 ‘로얄 FC’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김진국(69·오른쪽 셋째) 전 국가대표 선수가 공을 몰고 이회택(74·오른쪽 넷째) 전 국가대표 감독 등이 뺏는 훈련 모습. 평균 나이 70세의 ‘로얄 FC’ 단원들은 매주 토요일 축구장에 모여 공을 찬다. 오른쪽 사진은 국가대표로 활약한 1972년 즈음 이회택 선수. /박상훈 기자·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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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명 단원들은 이날 경기 전 원형으로 둘러서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과 맞먹는 유연성을 평소 길러 놓아야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도 근육이 놀라지 않는다고 했다. 허리를 아래로 굽히는 동작 때는 단원 반 이상이 손바닥이 바닥에 닿았다. 몸 풀기로 경기장 한가운데를 전력 질주했다. 멀리서 보면 20~30대 축구단이 몸 푸는 모습 같았다.

◇이회택 "하루에 무조건 1만 보"

이 전 감독의 건강 유지 비결은 '하루 1만 보 걷기'다. "집 근처, 경기장 등 하루에 1만 보 걷기 할당량을 채워야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주 직접 운전해 부산에 다녀왔다며 평소 체력을 다져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최근 운동 파트너는 초등학교 4학년 손자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손자를 한 주 세 번 직접 가르치고 있다.

이날 로얄 FC의 60대 YB팀은 파주 실버축구단에 8대2로, 70대 OB팀은 남양주 실버축구단에 7대1로 승리하며 최강 실버축구단의 면모를 보였다. 전국 20~30대 동호회와도 종종 경기를 갖는다. 노인들과 경기라 처음에는 방심하지만, 경기 말미까지 가면 전력으로 뛰는 젊은이들 덕에 즐겁다고 했다.

미국, 일본, 태국 등 해외 초청을 받아 가는 경우도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정식 실버축구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도 있다. 실버축구단은 '로얄 FC'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해 8월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9회 대통령기 전국 축구 한마당'에 참가한 92개팀 중 60대 이상 팀은 36개(60대 21개, 70대 이상 15개)나 있었다. 최재익(73) 로얄FC 단장은 "대부분 60~70대지만 배가 나온 사람은 거의 없다"며 "앓아누울 때까지 격렬하게 축구하고 싶은 것이 우리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주=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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