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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북극여우를 집에서 키운다고요?”…‘학대’ 논란에도 판치는 희귀동물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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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나 SNS 등 통해 멸종위기종까지 거래돼

동물보호단체 “엄연한 학대…야생개체에 손 대지 말아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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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동물을 향한 관심이 높아져서 입양 문의를 정말 많이 받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북극여우, 붉은여우 개량종, 스컹크, 미어캣을 수입 분양합니다. 블루스타 북극여우도 추가됐어요.”

지난 9일 한 온·오프라인 ‘이색동물 분양업체’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블로그 관리자는 북극여우와 붉은여우, 스컹크, 미어캣 등 국내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야생동물을 소개하며 “2020년에 새로 들어온 동물들을 예약 분양한다”고 말했다. “동물들의 정확한 단가는 농장과 협의 중”이라며 “야생동물은 초기 핸들링(관리) 여부가 많은 도움이 되며 어린 시기에 겪는 사람과의 유대감이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멸종위기 동물을 포함한 희귀한 야생동물을 수입해 ‘반려용’으로 사고파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오랜 기간 야생에서 살아온 개체를 집에 가둬놓고 키우는 일 자체가 동물 학대”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야생동물을 분양한다는 게시 글은 쉽게 여러 건 찾아볼 수 있다. 반려동물 카페의 한 회원은 지난해 8월께 글을 올리고 “사람 손에 큰 2살 남아 북극여우 분양한다”며 “아이 성격은 겁 많고 호기심도 많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만 짖거나 물지 않고 도망을 다닌다”고 말했다. 해당 북극여우의 분양가는 100만원이었다. 한 사막여우 동호회 카페에는 “사막여우 남아, 여아 한쌍으로 분양한다. 현재 짝짓기 중이라 한쌍 분양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쪽지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도 아프리카 도어마우스, 슈가글라이더 등을 분양한다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가격은 10만원대부터 수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이런 식으로 거래되는 야생동물 가운데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도 포함되어 있다. 사막여우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적색목록에 관심필요종으로 지정했고, 야생동식물종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도 멸종위기종 2급(CITES Ⅱ)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야생동물이 손쉽게 사고 팔리는 것을 두고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은 “엄연한 학대”라고 비판한다. 한국과 기온 및 습도 등이 다른 자연환경에서 생활하는 습성을 가진 동물들이 비좁은 가정집에 갇혀있으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야생동물들이 수만년에 걸쳐 적응한 생활환경은 가정집이 아닌 자연”이라며 “(가정집에서 생활하면) 생태적인 필요가 충족되기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진경 동물권행동 카라 이사도 “동물원에서도 야생동물의 행동 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려워 동물원 폐지론이 나오는 마당에 이들을 가정에서 두는 것 자체가 학대”라며 “추운 기후에서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며 살아온 북극여우가 따뜻한 한국에서 몇년을 산다고 해서 기존의 습성이 없어질 순 없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보호및관리에관한법률에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의 보호·이용·관리 등에 관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만 국내로 수입돼 거래되는 야생동물 가운데 상당수가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반려동물이나 야생동물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지 못한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동물들이 많은 탓이다. 전 이사는 “반려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은 동물보호법 혹은 야생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런데 태생은 분명 야생동물인데 멸종위기종으로도 반려동물로도 분류되지 않은 동물들은 보호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채 법의 공백 위에 붕 떠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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