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7747493 0252020012957747493 04 0403001 6.0.26-RELEASE 25 조선일보 0 false true true false 1580234426000 1580262480000

아프간서 미군기 추락… 탈레반 "격추했다" 美는 "사고"

글자크기

탈레반 "정찰기… 많은 미군 사망"

미군 "적 발포 증거없다"면서도 탑승자·사망자 숫자 등 공개안해

이란 언론,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 설계한 CIA 고위인사 탑승설 제기

아프가니스탄 무장 반군 탈레반이 27일(현지 시각) "미군 군용기를 격추했다"고 밝히자 미국은 "단순 추락"이라며 엇갈린 주장을 했다. 추락한 비행기는 미군에 4대밖에 없는 특수 통신용 항공기다. 그 비행기에 미군 5명이 타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탑승자가 몇 명인지, 사망자가 있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측에 다른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탈레반의 격추가 사실로 확인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해온 탈레반과의 평화협정 체결 및 아프간 미군 감축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미국이 사건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사건은 탈레반이 27일 새벽 미군 병력을 수송하던 군용기를 아프간 동부 가즈니주(州)에서 격추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을 통해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적들의 정찰기를 격추했다"며 "중앙정보국(CIA) 요원을 비롯해 많은 미군이 사망했다"고 했다. 가즈니주는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날 아프간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계정에는 미군 군용기 E-11A 기종과 유사한 항공기 잔해가 불에 탄 채 흩어져 있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조선일보

처참하게 불탄 기체 - 27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동부 가즈니주(州)에서 추락한 미 군용기 E-11A의 잔해 모습. 아프간 무장 반군 탈레반 측은 “미군 군용기를 격추시켰다”며 미군기 추락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아프간 주둔 미군은 “적의 발포로 (추락이) 발생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며 단순 추락이라고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의문이 커지자 아프간 주둔 미군은 이날 아프간 가즈니주에서 미 공군 E-11A 군용기가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그러나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고 적의 발포로 발생한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고 했다. 미군은 사고기 잔해를 분석하기 위해 현장에 조사단을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사상자 수를 과장하고, 국제적 시선을 끌기 위해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도 배후임을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E-11A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 등 재벌 회장들이 전용기로 주로 쓰는 '봄바르디에 글로벌 익스프레스'라는 기종을 개조한 것으로 안전성에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비행기다. 이 때문에 미군의 설명도 그대로 믿기는 곤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E-11A는 아프간처럼 산이 많은 지형에서 지상군과 공군 등의 통신을 도와주기 위해 마치 '하늘의 와이파이 중계기'처럼 높은 하늘에 띄우는 용도로 사용된다. E-11A가 활동했다는 것은 미군 작전이 진행 중이었다는 뜻도 된다. 따라서 미군과 탈레반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 비행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 군사전문지 베테랑스투데이와 이란 IFP뉴스 등은 러시아 정보 당국을 인용해 이 군용기에 미 CIA 고위 인사인 마이클 드안드레아가 탑승하고 있었다고 28일 보도했다. 드안드레아는 지난 3일 이라크 바그다드공항에서 발생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 작전을 '설계'했다고 지목되는 인물이다. 이란과 아프간 탈레반의 공조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란과 탈레반의 협조 가능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 같은 보도가 나올 만큼 E-11A 추락은 미스터리다.

만일 이번 사고 원인이 탈레반의 공격으로 밝혀지면 지난해 11월 말 재개된 미·탈레반 간 평화회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 탈레반과의 평화 협상 초안까지 마련했지만 초안 합의 후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레반이 군용기를 격추했다면 협상 차질이 불가피하다.

9·11 테러 이후 2001년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19년간 이어지고 있는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내고 올해 대선 전까지 미군을 전면 철수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말해왔다.

이 때문에 미군이 이번 항공기 추락을 이슈화하지 않으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탈레반은 지난 11일에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폭탄 테러를 해 미군 2명을 숨지게 했고, 지난달에도 카불 인근 미군 바그람 공군기지 주변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켰지만 미국은 여전히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에 아프간을 방문해 "아프간 주둔 병력을 상당히 줄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1만4000명 수준이던 미군 병력을 8600명으로 줄이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