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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남산 산책] 종부세와 중산층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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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 종부세 강화를 비롯한 세제에서부터 대출 제한 등 금융규제, 분양가 상한제를 포함한 가격규제, 국세청 세무조사 등 행정수단까지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택거래 허가제까지 거론되는 등 정부의 결기가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전쟁의 목적과 타깃을 명확히 하고 적확한 수단으로 목표물을 명중시켜야 성공 확률이 커진다. 우격다짐으로 시장을 억눌러 일시적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여도 수단이 시장친화적이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특히 전쟁의 유탄을 맞는 선의의 피해자들이 많을 경우 성공 확률은 떨어진다.

종합부동산세가 대표적이다. 종부세는 9억원 이상 고가 다주택 보유자에 고율의 보유세를 부과함으로써 주택 보유 자체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제도다. 이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기존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촉진함으로써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선의의 피해자들이 많다.

특히 평생 열심히 직장을 다니거나 사업을 해서 모은 돈으로 주택 한 채를 마련해 이를 노후수단으로 삼으려는 이른바 ‘똘똘한 1채’ 보유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기 목적이 없는데도 고가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자기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면 반발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이다. 과거 종부세가 실패했던 이유도 이러한 선량한 중산층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세 납부 금액에 비례해 종부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1주택 보유자에 한해 평생 납부한 소득세에 비례하는 만큼의 금액을 주택가격에서 아예 공제해주는 제도다. 가령 평생 1억원의 소득세를 납부했다면 이의 5배인 5억원까지, 2억원을 납부했다면 10억원까지 주택가격에서 제외해주는 것이다. 그 비율은 심층 연구를 통해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소득세에 비례해 종부세를 과감히 면제해주는 것은 정당한 노력을 통한 부의 축적을 권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근로 또는 사업으로 많은 세금을 납부한 사람을 우대한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국민과 시장에 전달할 수 있고, 중산층 육성과 보호 의지도 보여줄 수 있다. 반면에 세금 납부 실적이 없이 고가의 다주택을 보유한 ‘의심스런’ 사람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종부세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종부세가 갖고 있는 이중과세 논란에서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다. 사실 근로 또는 사업을 통해 돈을 벌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모은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이 단지 주택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또다시 고율의 종부세를 내는 것은 것은 전형적인 중복과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정부는 1주택 보유자에게 장기보유 특별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지만, 이는 주택을 매각할 때의 양도세 혜택으로 보유세인 종부세와는 다르다. 또 이 제도를 도입하면 고소득자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고소득자가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낸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 평생 납부한 소득세를 기준으로 하면 젊은 층의 혜택이 적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시간이 흘러 납부 소득세가 누적되면 될수록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

요체는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선량한 중산층이 호응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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