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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세기의 딜’ 자찬한 트럼프표 중동평화구상…“정치적으로 기획된 쇼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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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유대인 정착촌에 합법성 부여 등 이스라엘에 유리

팔레스타인 “예루살렘은 흥정 대상 아냐” 발표 현장 불참

미 언론선 혹평 “트럼프·네타냐후 위한 정치적 문건 불과”



경향신문

팔레스타인의 분노…트럼프에 신발 공격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의 한 커피숍에서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 발표를 TV로 지켜보던 한 팔레스타인 주민이 TV 화면을 향해 신발을 던지고 있다. 헤브론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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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기의 딜’이라고 했지만 이스라엘에 유리한 내용을 제시한 데다 핵심 쟁점들은 모호하게 남겨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팔레스타인은 “천번이라도 ‘노’라고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함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팔레스타인 측에는 유대인 정착촌을 받아들이는 대신 동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 자신들의 수도를 포함한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외견상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의 ‘정착촌 인정’을 추구해온 이스라엘과 ‘완전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해온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향후 4년간 요르단강 서안에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설립 등에 500억달러의 국제금융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이 분쟁 해결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했다”면서 “나는 큰 문제는 회피하고 자잘한 일이나 하려고 대통령에 뽑힌 것이 아니다”라고 자화자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구상 내용이 담긴 서한을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했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발표 현장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방안이 이스라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준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르단강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을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하기로 한다고 했는데, 국제법상 불법인 유대인 정착촌에 자의적으로 합법성을 부여한 것이다. 게다가 서안 내 유대인 정착촌 면적은 서안 전체 영토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당초 팔레스타인이 미래 국가 건설을 위한 영토로 생각했던 면적의 반 이상을 이스라엘에 내주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완전한, 매우 중요한 수도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을 발표하면서 아랍권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는데, 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전쟁(1948~1949) 당시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들은 “정치적으로 기획된 쇼”라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는 평화를 위한 진지한 청사진이라기보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정치적 문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심판에 쏠린 시선을 돌릴 수 있고, 오는 3월 총선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도 확실하게 선거 승기를 잡을 수 있어 ‘윈윈’이라는 것이다.

아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은 “예루살렘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 민족은 미국의 구상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주변 아랍국들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이날 발표에 걸프 동맹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집트는 불참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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