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9 (화)

    박근혜의 '좌파척결', 국정운영? 직권남용? 오늘 답 나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대법 전합, 30일 오후 2시 '블랙리스트·화이트리스트' 김기춘 선고

    머니투데이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보수정권인 박근혜정부가 문화계 이념 편향을 바로잡겠다며 진보단체들이 받던 정부보조금을 끊고, 민간기업들을 동원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댄 것은 '직권남용'일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블랙리스트 사건 판결을 통해 이 질문에 답한다. 직권남용죄에 관한 첫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박근혜식 좌파척결'의 두 얼굴



    "좌파들이 갖고 있는 문화계 권력을 되찾아와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이 구호를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와 '화이트리스트'(친정부·보수단체 지원 명단)다.

    2014년 영화 '다이빙벨'이 대표 사례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영화를 상영했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당했다. '다이빙벨을 저격하다'라는 영상을 만들어 이 다이빙벨을 비판한 보수단체는 청와대를 통해 2억원 넘는 활동자금을 지원받았다.

    이처럼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는 박근혜정부의 '좌파척결' 정책의 두 얼굴이다. 검찰은 직권남용 죄목을 붙여 두 사건 모두 재판에 넘겼다. 이날은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한 판단만 먼저 나온다.



    모든 것 관할하는 청와대와 모호한 직권남용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문화계 이념 편향을 바로잡겠다'는 박근혜정부의 문화정책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였다. 김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문화계) 지원이 이념적으로 한 쪽에 편향돼 있으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문화융성' 국정기조에 따라 이념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정당한 정책운영이었다는 주장이다. 블랙리스트 사건 1·2심 재판부는 이 주장을 기각하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념에 따라 문화인들을 차별하고, 문화다양성을 저해한 것으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다른 쟁점은 대통령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청와대 비서관들의 직권이 어디까지냐는 것이었다. 직권남용죄는 '권한 없이 남용 없다'는 공식을 따른다. 해당 공무원의 직권에 속하는 일만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있고, 직권에 속하지 않는 일은 직권남용이 아닌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가 직권남용이 되려면 진보 성향 문화예술인들을 가려 지원을 끊고 보수단체를 후원하는 것이 대통령비서실의 직권에 속한다는 사실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과 부속기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은 없다.

    이 문제들 때문에 '직권남용죄 규정이 너무 추상적이다'라는 쪽으로 쟁점이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직권남용죄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정치보복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권성 전 헌법재판관의 과거 의견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전원합의체 판결은 직권남용죄를 구체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에 대해 블랙리스트 1·2심과 화이트리스트 2심은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부 예산으로 문화예술인,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대통령의 손과 발인 대통령비서실의 직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화이트리스트 1심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보수단체에 자금을 대려고 민간기업을 독촉하는 것은 청와대 비서관 직무를 넘어선 불법행위일 뿐, 직무에 속한 권한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권남용과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의 차이가 사라지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커질 우려가 있다"며 직권남용은 엄격히 판단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직권남용 첫 전원합의체 판결, 파급효과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조국 전 법무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모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돼 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의 경우 민정수석 재직 시절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의 금품수수 비리 의혹 감찰을 중단시켰다는 혐의에 직권남용이 적용돼 있다. 여기서도 청와대 민정수석의 권한범위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 전 실장의 공범으로 지목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김백준 전 총무비서관 등을 시켜 다스 미국 소송에 대응책을 마련하게 했다는 혐의에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돼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상고법원 추진을 위한 물밑 활동·법관 뒷조사 등을 주도했다는 혐의가 직권남용죄로 분류돼 재판 중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