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 단계서 위험도 판단…여청·형사 총력 동원
실종신고 30만건 분석…새 위험도 판단 기준도 마련
매뉴얼 개편…증원 통한 수사 인력 확대까지 논의 중
지난해 6월 6일 제주 제주시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 중인 고유정.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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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고유정 사건’ 당시 허술하고 뒤늦은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이 실종 사건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종 사건 접수 즉시 강력범죄 연관 가능성을 판단해 초기 대응 속도를 높이고, 현장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3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실종사건 대응 역량 강화 방안’을 확정하고, 일선 경찰서에 현장 교육 계획을 하달했다. “실종 사건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사회적 파급력이 큰 점을 고려, 위험도 판단 시기 단축과 협업 강화에 주력했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은 지난해 고유정 사건 당시 실종 사건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실종 수사 전담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 데다, 수사 매뉴얼과 부서 간 협업 체계마저 부실해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찰이 신속히 대처했다면 전 남편 시신 유기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따라 경찰은 실종 사건의 1차 위험도 판단 시기를 ‘112신고 접수’ 시점으로 앞당기고, 강력 범죄 연관 가능성이 큰 고위험 사건에 대해서는 여성청소년과와 형사과가 처음부터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위험도는 실종 직전 상황과 실종자와 연락 내용을 종합·분석해 판단한다.
이후 현장 수사 회의와 추가 정보 수집을 통해 초동대응팀이 2차 위험도 판단을 시행하며, 사건 접수 후 12시간 이내에 최종적으로 여청과 형사가 함께 합동심의(3차 위험도 판단)를 하도록 했다.
해당 방안이 시행되면 실종자가 아동·여성인 경우에만 관행적으로 고위험군 사건으로 분류하고, 초동팀에 사건이 넘어가고 나서야 1차 위험도 판단이 이뤄지던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 나타날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여청 수사팀의 강력 범죄 정황 확인, 과장 승인, 공문 발송 이후 이뤄지던 형사팀의 수사 참여 시기가 빨라진 점도 주목된다.
실종 상황에 중점을 둔 위험도 분류기준과 경찰력 동원 수준 개편안. [경찰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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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고유정 사건 당시 ‘성인 남성 실종(자살 의심)’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강력 범죄 연관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실종자 수색에 전념했다. 과거 실종 사건 위험도 분류 기준에 따르면 성인 남성은 저위험군에 속해 지역 경찰만 수사에 동원된다. 고유정의 범행이 뒤늦게 드러난 이유다.
이를 위해 경찰은 최근 3년간 접수한 강력 범죄 신고 108건에서 핵심 키워드를 추출, 총 30만1797건의 실종 신고와 상관관계를 분석해 ‘112 종합상황실용 실종사건 위험도 판단 체크리스트’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의 성별이나 나이가 아니라 실종 상황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다.
특정인과 약속 이후 연락이 갑자기 두절된 경우 등 체크리스트 항목 1개에만 해당해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고위험군 사건으로 분류된다. 중위험군 사건은 여청이 주축이 돼 안전 확인에 주력하고, 기존 지역 경찰만 동원됐던 단순 가출(저위험군) 신고 역시 여청이 범죄 관련성을 검토한다.
이 관계자는 “30페이지 분량에 수사 개괄 수준에 불과하던 실종 수사 매뉴얼도 전문 수색·수사 기법을 담은 140페이지 분량으로 개정 중”이라며 “향후 여청 수사 인력 증원 상황을 고려해 실종 전담팀을 확대하는 방안도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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