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세 번째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사무실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30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우리은행장 겸임)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KEB하나은행장)에 중징계인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최고경영자(CEO)로서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 심의 결과를 따라 중징계를 확정하면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현재 임기를 끝으로 금융회사 경영에서 물러나야 할 위기에 놓인다.
━
7시간 심의 끝에 중징계 의결
지난 16일과 22일에 이어 세번째로 열린 이날 제재심은 오후 2시에 시작해 7시간 가까이 지난 8시50분에야 끝났다. 심의위원들은 DLF 판매 당시 은행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해 각각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부과하기로 했다. 은행 자체 조사 결과를 삭제해 금감원 조사를 방해한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에게는 경징계인 주의적 경고가 주어졌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해선 6개월 간의 업무 일부 정지와 과태료 부과의 기관제재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하기로 했다.
손태승(左), 함영주(右)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재심의 최대 쟁점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제재 수위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6일 이들 CEO에게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임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이후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및 시행령 등을 제재의 근거로 삼았다. 은행 CEO로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책임이 크다고 봤다.
이에 두 은행은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CEO에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지나치다며 맞섰다. CEO가 상품 판매를 위한 의사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고, 사태 발생 이후 고객 피해 최소화와 재발방지책 마련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제재심에 직접 참석해 반론을 폈다. 하지만 심의위원들은 중징계를 주장한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연임 예정이던 손태승 회장 위기
공은 최종 결정권자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게 돌아갔다. 윤 원장이 이날 제재심 의결안을 수용해 두 CEO에 대한 문책경고를 확정한다면 원칙적으로 이들의 경력 연장은 불가능해진다.
이 경우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오는 연말까지인 부회장직 임기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문책경고 확정일로부터 3년 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선임되지 못한다. 함 부회장은 그동안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후보 0순위로 거론돼왔다. 따라서 중징계 확정 시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수장 구도는 크게 흔들린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건 연임 예정이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30일 손 회장을 차기 회장직 단독 후보로 선정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손 회장은 오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추가 3년의 회장직 임기를 부여받는다. 하지만 주총일 전 문책경고 제재가 효력을 발휘한다면 주총에서 연임안을 상정할 수 없게 된다.
━
3월 주총까지 시간끌기 가능성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이들 CEO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안이 금융위원회에서 표류하는 경우다. 금감원 제재의 효력은 제재안이 금융회사에 통보된 날로부터 발생한다. CEO 제재안은 금감원장 전결사항이지만 통상 금융위 의결사항(기관 제재)과 합쳐 한 번에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제재안이 금융위를 거치면서 3월을 넘긴다면 손 회장은 제재 효력 발생 전에 연임을 확정할 수 있다.
윤 원장이 이를 고려해 임원 제재안은 금융위를 거치지 않고 금융회사에 곧장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 손 회장에 대한 문책경고 제재안이 주총 전에 우리금융에 통보된다면 원칙적으로는 손 회장의 연임은 가로막힌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경우에도 우리금융이 주총까지 버틸 방법은 남아있다. 만약 우리금융이 제재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한다면 3월 주총까지 시간이 생긴다. 이후 법적 분쟁에서 금감원이 승소해 제재 효력이 살아나더라도 손 회장은 이미 새 임기를 시작해서 사실상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
피감기관인 우리금융이 금감원 제재에 법적으로 맞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례는 있다. 지난 2014년 직무정지 제재를 받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소송 등을 제기해 금융당국을 긴장케 했다.
당시 임 전 회장은 법적 대응으로 맞섰지만 KB금융 이사회가 나서서 해임을 의결한 탓에 결국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손 회장은 상황이 그와 전혀 다르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는 손 회장에 강력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지난 12월 문책경고 사전 통지에도 불구하고 손 회장을 단독 회장 후보로 선출한 것은 이사회 구성원들이 그만큼 손 회장을 믿는다는 것"이라며 "(제재심 결과에 따른) 플랜B가 준비돼있긴 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금감원에 맞서 손 회장 구하기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은 이유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기관 제재사항이 포함된 만큼 제재안을 오래 붙잡아둘 이유가 없다"며 "윤석헌 원장이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제재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