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을 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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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수 개월째 이어지는 반(反) 정부 시위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한 폐렴’ 발생으로 홍콩이 위기에 빠졌다. 경제 둔화로 아시아의 금융허브 위상도 흔들리는 가운데 ‘우한 폐렴’ 공포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정치 생명도 풍전등화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2003년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사태로 불명예 퇴진한 덩치화 전 장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한 폐렴’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람 장관의 업무 능력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민주화 시위로 지지율이 하락했는데, ‘우한 폐렴’이 기름을 부은 형국이다. 람 장관은 홍콩 정부가 마스크 공급을 막고 있다는 루머에 직접 해명을 해야 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람 장관이 전임자인 덩치화 전 장관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라고 했다. 덩치화 전 장관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국가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여론에 직면했고, 홍콩에서만 3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낸 사스 사태에도 맞딱뜨렸다. 이로 인해 옷을 벗어야 했다. 람 장관은 현재 지지율이 바닥이지만, 사임은 거부하고 있다.
람 장관에 대한 홍콩의 여론은 악화일로다. ‘우한 폐렴’ 확진 사례가 더 늘 걸로 관측된다. 작년만 해도 5000만명 이상이 중국 본토에서 입국했다. 보건 분야 종사자들은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지 않으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반 로 병원종사자동맹 부회장은 “의료진을 화나게 하는 건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홍콩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그러나 이런 요구를 즉각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홍콩 국경 봉쇄안을 거부하며 “국경을 닫고 홍콩 안팎으로 누구도 오가지 못하게 한다면 그 영향은 지대할 것”이라고 했다. 이유 등을 자세히 설명하진 않았다. 이후 람 장관은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증폭하자 중국 본토와 연결되는 열차편을 지난달 31일부터 중단시켰다.
야당 측은 “정부가 한 일이라곤 과학적 데이터가 아닌 정치적 고려를 한 것 뿐”이라며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그에게 마지막 결정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한 폐렴’ 발생 전에도 람 장관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를 맴돌았다. 이달 초 발표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21.5%다. 덩치화 전 장관의 최저치인 36.2%보다 낮다.
추락하는 경제도 람 장관의 입지를 좁힌다. 범죄인 송환법이 촉발한 시위로 이미 경제가 흔들리는데, ‘우한 폐렴’은 관광·쇼핑 부문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에밀리 라우 전 민주당 대표는 “람 장관이 국민의 건강이 아닌 정치적 고려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는 점을 홍콩 사람들은 두려워 한다”면서 “사스 발병 때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았는데, 람 정부는 제로(0)”라고 비판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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