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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약물로 치료 어려운 만성 통증, 뇌 전기자극으로 조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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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느낄 때 줄어드는 뇌세포

전기자극 주니 정상 수준 회복

두 차례 쥐 실험으로 원리 규명"

병원리포트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차명훈 교수팀





만성 통증은 약물 요법으로는 효과에 한계가 있는 데다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뇌에 전기자극을 주면 만성 통증이 조절되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이배환·차명훈 교수팀은 통증이 있을 때 대뇌의 ‘불확정 영역’에 있는 ‘별아교세포’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것, 여기에 전기자극을 주면 별아교세포 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것을 쥐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불확정 영역은 대뇌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부위다. 뇌와 척수에 있는 별아교세포는 뻗어 있는 돌기를 통해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세포다. 앞선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을 앓는 경우 불확정 영역의 신경세포 활성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게 확인됐다. 차명훈 교수는 “불확정 영역이 통증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할 것이란 견해가 최근 학계에서 타당성을 얻고 있다”며 “불확정 영역에 전기자극을 줘 신경세포의 활성도를 높이면 이들 세포가 활성화해 통증이 줄어들 것이라는 가정을 세워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용 쥐 36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눠 두 그룹만 뇌 신경을 손상한 뒤 2주간 쥐의 발바닥을 찔러 어느 강도에서 통증을 느끼는지 역치를 비교했다. 역치가 낮을수록 낮은 강도에도 아프다고 느낀다.

실험 결과, 신경 손상을 입지 않은 정상 그룹은 통증 민감도 지수가 30g일 때 비로소 통증을 느꼈지만 신경 손상을 입은 두 그룹은 5g에서도 통증을 느꼈다. 연구팀은 신경 손상을 입은 두 그룹 중 한 그룹에만 ‘운동 피질 자극술’을 실시하면서 10일간 통증 민감도 지수를 측정했다. 운동 피질은 팔다리 등의 근육을 움직일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로, 여기에 전기자극을 주는 방식이 운동 피질 자극술이다. 이 자극술을 받지 않은 그룹은 통증에 대한 역치(5g)가 그대로였지만 자극술을 받은 그룹은 점점 올라 10일 뒤엔 정상 그룹(30g)과 같아졌다.

연구팀은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 쥐 세 그룹(총 15마리)의 불확정 영역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 신경 손상을 입은 그룹은 불확정 영역의 별아교세포가 발현되지 않은 채 줄어들었고, 신경 손상을 입은 뒤 운동 피질 자극술을 받은 그룹은 줄어든 별아교세포가 정상 그룹 수준으로 회복되며 발현됐다. 이배환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운동 피질 자극술이 시냅스(신경세포와 별아교세포, 신경세포와 신경세포의 연결 부위)의 변화를 유도하고 별아교세포의 기능을 회복한다는 것을 암시한다”며 “향후 뇌세포 간 신호 조절 체계를 규명한다면 약으로도 만성 통증을 다스리기 힘든 환자의 통증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지난달 22일 ‘만성 통증에서의 운동 피질 자극 이후 대뇌 별아교세포의 변화’란 주제로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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