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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재선 캠페인 된 트럼프 신년 국정연설...'北·김정은' 언급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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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워런 의식한 듯 "사회주의가 나라 망친다" 경고
바그다디·솔레이마니 제거 상기시키며 ‘강한 미국’ 이미지 부각

2월 4일 밤 9시(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하원 본회의장에서 약 1시간 18분 동안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나 다름없었다.

"취임한 순간부터 미국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며 각각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실업률과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경제 분야의 성과를 어필하는 한편 이슬람국가(IS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와 이란 군부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 사실을 상기시키며 ‘강한 미국’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각) 워싱턴DC의 하원 본회의장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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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은 외국인 범죄자가 아닌 법을 준수하는 미국인의 안식처가 돼야 한다"며 반이민 정책의 성과를 과시했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사회주의 성향이 짙은 민주당 대선 잠룡들을 의식한 듯 "사회주의가 나라는 망친다"며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를 비중있게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사회주의 정책이 베네수엘라를 남미의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극심한 가난과 절망의 나라로 전락시켰다"며 "미국에서도 사회주의를 받아들이자는 새로운 요구가 있다는 데 경각심을 느낀다. 미국은 절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이날 국정연설엔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그를 소개했고, 과이도 의장도 일어서서 청중들을 향해 인사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대신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 국정연설에서 유일하게 명시적인 ‘적대국가’로 언급한 이란을 향해서는 "이란 정부는 핵무기 보유 욕심을 버리고 공포와 죽음, 파괴를 퍼뜨리는 행위를 멈추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또 서방의 오랜 제재로 이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며 "짧은 시간에 경제가 회복되도록 도울 수 있지만 그들(이란 정부)이 너무 자존심이 강해서인지 아니면 너무 어리석어서인지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자. 선택은 전적으로 그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 "北 관련 외교 성과를 재선의 지렛대 삼으려 관련 발언 자제" 분석도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중국이 미국의 산업을 표적으로 삼고 지적 재산을 훔치고 미국인의 일자리와 부를 훔치는 시대는 끝났다"며 강하게 압박했지만 올해는 "중국, 특히 시진핑 주석과 사상 최고로 좋은 관계"라고 덕담을 했다.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를 경제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인데다, 중국이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으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없었다. 2018년 신년 국정연설에서는 북한을 일곱 번이나 언급하며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보다 더 자국민을 완전하고 악랄하게 탄압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난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여기에 대해서는 북한 관련 외교 성과를 재선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국에 대한 언급도 없었지만, "나는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로부터 4천억 달러 이상의 분담금(contribution)을 걷었고 최소한의 의무를 충족시키는 동맹국의 수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자랑하 듯 말한 것을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간접적인 방위비 증액 압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이 적다는 불만을 표출해왔으며 미국이 방위비에 국내총생산(GDP)의 4%를 지출한다는 점을 들어 이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토 국가들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릴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해서도 공평한 부담 분담을 요구하며 방위비 증액 압박을 지속해왔으며 현재 한미 양국은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대통령은 매년 초 연방 하원의사당에서 상·하원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국정연설을 한다. 국정 전반 상황을 정리하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주된 의도다.

통상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을 전후해 열린다. 초기에는 대통령이 의회에 문서를 제출하던 것이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부터 의회 연설로 굳어졌다. TV 중계된 건 1947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은 2018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취임 첫해에는 취임식으로 국정연설을 대신한다). 역대 대통령 중 국정연설을 1시간 넘게 진행한 경우는 트럼프 대통령 외에 린든 존슨,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4명뿐이다. 최장 시간 연설 기록 1위와 2위 모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다. 2000년 국정연설의 1시간 28분 49초가 최장 기록이고 1995년 1시간 24분 58초가 두 번째다.

[이용성 조선비즈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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