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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 민주당 대선 경선]‘부러진 풍향계’ 코커스 회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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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와 ‘개표 지연 참사’

미국 대선 레이스의 첫 테이프를 끊는 지역으로 유명한 아이오와주가 올해는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그동안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는 각 당 전당대회에서 뽑힐 대선후보는 물론 대통령 당선자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대선 풍향계’로 명성을 떨쳐왔다. 하지만 이번 ‘개표 지연 참사’로 그 위상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통상 당일 자정이나 늦어도 다음날 새벽에는 결과가 발표됐던 예년과 달리, 만 하루가 지난 4일에도 집계를 완료하지 못했다. 개표 집계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기술적 오류가 발견되면서 수작업으로 집계하느라 늦어진, 비교적 단순한 원인이었다. 하지만 코커스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은 주별로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코커스 또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통해 대의원을 뽑는다. 당원 외 일반 유권자도 일부 참여 가능한 비밀투표 방식의 단순한 프라이머리 제도와 달리, 정식 당원들 사이에서만 진행되는 코커스는 선출 단위별로 공개투표 형태로 진행된다.

그런데 절차가 상당히 복잡하다. ‘15% 룰’로 인해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5% 미만 후보를 지지한 당원들은, 2차 투표를 통해 1차 투표 15% 이상 득표자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는 등 여러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합종연횡과 나눠먹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논의를 주로 지역당 내 간부들이 밀실에서 진행하다보니 폐쇄성에 대한 비판도 상당했다. 이런 이유로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50개주 가운데 11개주에서만 코커스가 실시됐고, 올해는 4개주와 미국령 일부 지역에서만 열리는 등 소멸되는 추세다.

또 코커스가 애초 소규모 주의 지역당에서 ‘간부 회의’로 대의원을 뽑았던 전통에서 비롯된 만큼 투·개표의 많은 부분을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현시대에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번 일로 쏟아지고 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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