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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미 민주당 대선 경선]오바마 때보다 더 젊은 ‘돌풍’…세대교체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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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구도 ‘바이든 빠진 샌더스 대 부티지지’ 될지 주목

샌더스·워런, 나란히 2·3위 출발 ‘진보 블록’ 건재 과시



경향신문

미국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에 오른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오른쪽)이 4일 동성 배우자인 체이슨 부티지지(가운데)와 함께 뉴햄프셔 햄프턴에서 유권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햄프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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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대선으로 가는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이번에도 적잖은 ‘이변’을 연출했다. 아이오와 민주당이 4일(현지시간) 발표한 71% 중간 개표 결과를 보면 아이오와 민주당원들은 ‘세대교체’를 내세운 38세의 신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냄으로써 중도 진영 대표 선수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해 줬다. 지난해 5월 출마선언 이후 각종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대세론을 형성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4위로 추락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의 돌풍은 민주당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중도 진영의 지각 변동을 예고한다. 중도 진영의 대표주자로 군림해온 바이든 전 부통령을 위협한 것이다. 민주당 내 중도 진영은 국가 단일 의료보험, 공립대 무상교육, 그린뉴딜 등 과감하고 급진적인 개혁을 앞세운 진보 진영에 비해 온건하고 점진적 개혁을 선호한다. 부티지지 돌풍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08년 아이오와 코커스 때 47세 상원의원이었던 오바마는 존 에드워즈·힐러리 클린턴 등 저명한 민주당 후보들을 꺾고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이른바 ‘15% 룰’의 혜택도 봤다. 1차 투표에서 당원 15%의 지지를 받지 못한 후보는 집계에서 제외되며, 그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은 2차 투표에서 다른 후보로 갈아탈 기회를 얻는다.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앤드루 양 등을 지지했던 표심이 2차에서 부티지지 전 시장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아이오와 코커스 1위로 출발하려던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출발이 나쁘지 않다. 주 대의원 확보율에선 부티지지 전 시장에게 밀렸지만, 실제 득표율에선 1위를 기록했다. ‘바이든 대 샌더스’ 구도가 이번 경선을 계기로 ‘샌더스 대 부티지지’ 구도로 바뀔지도 주목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3위를 기록하며 ‘진보블록’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향신문

버니 샌더스 | 조 바이든




바이든 전 부통령 추락도 이변으로 여겨진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1위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샌더스 상원의원과 ‘양강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굵직굵직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대세론에 편승해 방어에 급급한 선거운동을 벌인 것이 패인으로 지적된다. 77세의 고령으로 ‘올드 세대’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것도 추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은 강세인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1위를 기록해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14개주 경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3월3일 ‘슈퍼 화요일’에 임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아이오와 선거 결과는 유력주자의 성적표라고 보기에는 처참한 수준이어서 향후 경선전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게다가 민주당 대의원의 40%가 배분되는 슈퍼 화요일엔 천문학적 광고비를 아낌없이 쏟아부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블룸버그 전 시장도 중도 이미지여서 바이든 전 부통령의 표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확인된 민주당 내 중도 진영과 진보 진영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부티지지·바이든·클로버샤 등 중도 진영 후보들이 받은 지지를 합하면 54.8%, 샌더스·워런 등 진보 진영 후보 지지율 합산은 43.6%였다. 경선이 거듭되면서 각 진영 내부의 이합집산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다만 양 진영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본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싸워야 하는 민주당 대선 후보에겐 당의 화합이라는 무거운 숙제가 부여된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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