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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중국 업체 "한국협력사, 당장 현장 복귀하라"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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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형LCD(액정표시장치) 제조사인 HKC가 자사(自社) 공장 증설을 위해 파견됐다가 춘절을 앞두고 귀국한 한국 협력업체 직원에게 복귀를 요구해, '갑질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HKC 공사 현장은 우한 폐렴 확진자가 200여명 나오고, 사망자도 발생한 쓰촨성이다. 공사 현장은 중국 각지에서 온 중국인 근로자와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우한 폐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을(乙)의 입장'인 한국 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공장 가동도 9일까지 전면 금지한 상황에 무리해서 공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사를 전했지만, HKC는 강경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국내에 있는 HKC 협력업체들에 따르면, 세계 LCD 패널 시장 5~6위 규모인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쓰촨성 면양시에 LCD 생산라인 증설에 착수했다. 탑엔지니어링·한화기계·LG PRI 등 국내 기업 1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엔지니어인 협력 업체 직원들은 춘절 연휴(1월 24일~2월 2일) 때 대부분 현장에서 철수했다. 미국·일본 협력 업체들도 현지를 떠났다. A업체의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확산하는데도 중국 회사는 생산라인 증설 일정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인력을 바로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한국 협력업체들은 대부분 같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미국·일본 업체에도 같은 요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B 업체의 관계자는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해 중국 시(市) 정부와 중국디스플레이협회 등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며 "중국 기업이 계약서에 따른 페널티(벌금) 규정을 들이밀고 있어 난감하다"고 했다. 계약 불이행에 따른 페널티가 부담인 한국 업체들은 중국 측에 반발도 제대로 못 한 채 눈치만 보는 상황이다.

C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장으로 가길 꺼리는 직원들을 상대로 회사가 강제로 파견 지시를 내리는 것도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본사의 중국 출장 자제 방침이 중국 측 요청보다 우선"이라며 "복귀한 인력을 다시 현지로 파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호철 기자(sunghochul@chosun.com);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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