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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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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5 총선 군소정당 많아 수작업 개표…“용지 잘 펴 주세요” 예행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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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지 길어서 접고 펴는데 시간 걸려
한국일보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수작업 개표 시연회에서 인천선관위 관계자들이 개표를 시연하고 있다. 앞에는 정리된 모의 비레대표 투표용지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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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가 너무 깁니다. 잘 펴 주세요. 세로로 반씩 접으면 됩니다.”

5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수작업 개표시연회’가 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지난해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되면서 군소정당들이 급격히 늘어나자, 이번 4ㆍ15 총선에서 20년 전의 수개표 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투표용지 분류기 도입 전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선관위가 예행 연습에 나선 것이다.

인천시선관위는 이날 시연회에 35개 정당명이 들어간 비례대표 투표용지 3,000장(지역구 포함 6,000장)을 준비했다. 길이만 48cm다. 현재 선관위가 구축하고 있는 투표용지 분류기는 용지 길이가 34.9cm(24개 정당 기입)를 넘으면 사용할 수 없다. 이날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 수만 39개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실제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48㎝보다 긴 투표지를 들고 투표소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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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수작업 개표 시연회에서 인천선관위 관계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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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연회에는 26명의 선관위 직원이 일일 개표요원으로 투입됐다. 그리고 다른 선관위 직원 100여명이 이 과정을 지켜봤다. 일단 수작업에 따라 늘어나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투표수가 많은 기호 1~5번 정당과 기타 정당 및 무효표를 구분하는 개표 보조용구를 동원했다.

시연회를 담당한 책임사무원은 시작 전부터 “투표지를 수시로 잘 펴서 정리해 달라”며 ‘용지 길이’를 강조했다. 고르게 펴야 종이 매수를 집계하는 계수기를 잘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표함이 열리자 지역과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나누는 과정부터 시작됐다. 시연회에 투입된 한 선관위 직원은 투표용지를 보면서 “평소 2~3번 접혀 있던 종이가 4~5번까지 접혀 있다”고 말했다. 투표용지가 길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평소보다 투표용지를 더 많이 접고, 이를 펴는 데 시간도 과거 선거보다 더 걸린다는 얘기였다.

선관위는 선거 당일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투표용지를 딱지나 편지지 모양으로 접어서 이날 시연회에 적용했다. 용지 끝 부분을 팔로 눌러가며 정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지켜보던 선관위 직원들은 “이번 총선에는 개표사무원이 많이 투입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개표사무원 증원에 따른 예산도 당연히 추가 책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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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수작업 개표 시연회에서 인천선관위 관계자들이 개표를 시연하면서 계수기를 이용해 투표용지를 세고 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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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선거처럼 분류기를 이용하면, 표 계산은 자동이고 결과표까지 출력된다. 이때문에 이전에는 개표요원들이 이를 점검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기호 구분부터 매수 집계까지 모든 과정을 사무원들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이날 투표함을 연 순간부터 집계된 표를 재점검하는 심사ㆍ집계부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이었다. 한 선관위 직원은 “그래도 숙달된 직원들이 하니까 이 정도”라며 “사람의 집중력은 한정돼 있는데 당일은 시간이 더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선관위 내부에서는 시간 단축을 위해 “고성능 전자저울을 이용해 종이 무게로 매수를 집계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 상황이다.

선관위는 70일도 안 남은 선거 때까지 개표 시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기한다는 방침이다. 일단 이날 인천시선관위 시연회를 시작으로 17개 시도선관위에, 개표 당일 자체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이를 토대로 이르면 다음주 최종적인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연동형 비례제가 우여곡절 끝에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저희도 예민하게 보고, 이에 적합한 최선의 개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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