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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호의 과학 라운지](61)코로나 바이러스, 건강한 사람도 위험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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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물질 '사이토카인' 과다 분비 '사이토카인 폭풍',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위험

면역력 강한 젊은 사람일수록 사이토카인 폭풍에 더 취약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기술고문인 빌 게이츠(Bill Gates)는 몇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류에게 핵전쟁이나 기후 변화보다 더욱 큰 위협은 ‘전염병’이라고 언급했다. 전염병은 유럽 정복자들이 거대한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는 데 가장 위력을 떨친 무기이기도 했다.

중국 우한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의 인접국인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도 9일 오전 9시 기준 총 25명으로 늘어나면서 사회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연구진이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Lance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유행 초기 확진 환자 41명의 진료 내용을 분석한 결과 환자 대부분이 일주일 만에 입원했고 이 중 절반 정도가 입원 하루 만에 호흡곤란이 생겨 2~3일 뒤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전체 환자 중 10%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5%는 인공 심폐기를 달았으며 환자 중 15%가 사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처럼 질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원인으로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거론했다.

사이토카인은 세포를 뜻하는 접두어 ‘cyt(o)’와 그리스어로 ‘움직이다’를 의미하는 ‘kinein’이 합쳐 만들어진 용어로 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단백질 면역조절제다. 세포의 증식, 분화, 세포사멸 또는 상처 치료 등에 관여하는 다양한 종류의 사이토카인이 존재하며 특히 면역과 염증에 관여하는 것이 많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투해 인체를 공격하면 우리 몸에서는 이 바이러스와 맞서 싸우기 위해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신체가 겪어보지 못한 신종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오면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항해 사이토카인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이 나오게 된다. 즉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체계가 과민 반응을 일으켜 마치 폭풍처럼 과도하게 나온 사이토카인으로 정상 세포들의 DNA가 변형돼 일어나는 2차 감염 증상을 가리킨다. 오히려 면역물질이 상황을 잘못 판단해 정상 세포까지 파괴하는 자해를 자행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지난 1993년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때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사망이 다른 감염병보다 20배 이상 높았던 이유를 연구한 결과 과도한 면역작용이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는 물론 정상 세포까지 공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조류독감(H5N1),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감염병의 인체 감염 사례도 숙주의 면역체계에서 유발된 사이토카인 폭풍의 면역 폭발에 의한 병원성 증가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감염자 중 40대 이하 젊은층이 38%를 차지한 것도 사이토카인 폭풍의 영향인 것으로 지적됐다.

면역물질인 사이토카인의 과다 분비는 아무래도 면역력이 강할수록 잘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젊은층이 사이토카인 폭풍에 더 취약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신종 코로나 감염을 방심하면 안 된다.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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