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무죄판결은 앞서 재판 진행 상황 유출 혐의로 기소된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유해용 전 판사의 무죄선고에 이은 것이다. 사법농단 1·2호 판결이 1심에서 모두 무죄가 남에 따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실체를 두고 적잖은 국민이 혼란을 느끼고, 남은 재판의 향배에 궁금증을 키울 듯하다.
신 부장판사 등의 혐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일부 공소사실과 곧바로 연결되기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무죄 판결은 1심 법원의 판단인 만큼 이를 토대로 상급심 재판의 결과를 섣불리 예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또 이번 사건은 사법농단 사태 전체를 놓고 보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기소 단계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무리한 기소가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는 점은 검찰이 사법적폐 청산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적용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무죄판결이라는 '부분'을 보고, 현재 진행 중인 사법농단 재판의 '전체'를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사법부'는 정치 권력과 유착해 '재판거래'를 서슴지 않았고, 비판적인 판사들과 내부 단체에 불이익을 주고 사찰까지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번 현직 판사 3인의 재판은 그런 사법농단 의혹의 큰 그림 가운데 일부분이며, 그 성격도 '조직보호'로 결이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물론 이번 판단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핵심 인물들의 재판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은 있다. 그러나 사법농단의 범위와 규모에서 차원이 다른 만큼 비슷한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는 각종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을 비롯해 47개에 달한다. '사법농단 피고인 1호'인 임 전 차장도 30여개 혐의가 적용돼 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재판 진행이 건강 문제와 재판부 기피 신청 등으로 매우 더딘 상태라는 것이다. 사법농단 의혹은 재판과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며 나라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기에 국민 대다수는 법원의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최종적으로 드러나기를 바랄 것이다. 법원은 국민의 이런 요구를 받들어 이제라도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국회 핑계만 대지 말고 검찰개혁 이슈에 묻혀 실종되다시피 한 사법개혁에 팔을 걷어붙여야 하며, 정치권도 마땅히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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