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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29번째 환자, 열흘 넘게 병원·약국 5곳에서만 113명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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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 나타난 5일부터 15일까지

종로 신중호내과·강북서울외과

보람약국·봄약국서 진료·처방

미확인 동선 남아 접촉자 늘 듯

아내도 30번째 환자로 확진

접촉한 <조선일보> 기자 자가격리

부부 감염경로 아직 확인 안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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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9번째(82·한국인 남성) 코로나19 환자가 증상이 나타난 뒤 열흘 넘게 의료기관 5곳을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을 방문하거나 확진환자와 접촉한 적이 없어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높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방문한 것이다. 29번째 환자에 이어 그의 부인(68·한국인 여성)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9번째 환자가 기침·가래 증상 발생 하루 전인 4일부터 16일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전까지 확인된 접촉자가 114명에 이른다고 이날 밝혔다. 이 환자는 5일부터 15일 오전까지, 서울 창신동의 신중호내과의원·강북서울외과의원·보람약국·봄약국 등 의료기관 4곳을 여러차례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단검사가 이루어진 15일에도 오전 11시께 강북서울외과를 들렀다가 가슴 통증을 느낀 뒤 11시45분께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아갔다. 이곳에서 바이러스성 폐렴 양상이 나타나 진단검사로 이어진 바 있다.

29번째 환자의 접촉자 114명은 주로 의료진과 환자다. 장소별로는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76명, 다른 병원 및 약국에서 37명이 접촉자로 파악됐고, 나머지 1명은 부인이다. 중대본은 아직 이 환자의 닷새간(2월4·6·9·13·14일) 동선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이 환자가 짧은 기간 여러 병원을 찾은 데 대해 정은경 본부장은 “외과적 처치를 받은 적이 있어 후속 치료를 위해 2016년부터 같은 병원을 계속 다녔다”며 “내과의원 방문도 원래 지닌 질환 치료가 주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날 중대본은 29번째 환자의 부인인 30번째 환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고 했지만, 16일 자가격리 이후 받은 진단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30번째 환자는 남편이 고려대 안암병원을 방문할 때 보호자로 동행했으며 증상 발현 이후로 추정되는 지난 8일 강북서울외과를 찾은 적이 있다. 정 본부장은 “30번째 환자가 8일 정도부터 감기약을 복용한 적이 있고 몸살 기운이 있어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발병일을 6일 혹은 8일로 추정하고 접촉자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0번째 환자가 8일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를 방문한 것을 확인해 공간에 대한 소독 조처를 완료했다고 들었다”며 “진료를 한 의료진은 자체적으로 업무에서 빠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부부가 함께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인지, 아니면 남편이 먼저 감염된 뒤 아내가 2차 감염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정은경 본부장은 “29·30번째 환자 발병일이 5일, 6일 혹은 8일로 유사해 공동 노출의 가능성이 있는 건지, 아니면 잠복기가 매우 짧은 특성이 있으므로 남편으로 인해 배우자가 감염됐는지 두가지 가능성을 다 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원을 특정하지 못한 29번째 환자를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볼 것인지에 대해 중대본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정은경 본부장은 “29번째 환자가 지역 감염 사례인지는 감염원과 감염경로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 뒤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발병하기 14일 이전 노인종합복지관 방문이 있었고, 또 다른 활동도 파악됐다. 그 활동 범위 내에 증상자가 있었는지, (접촉한 사람 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분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어 시간이 걸린다. 전혀 감염원을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9번째 환자가 확진 이후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던 16일 30번째 환자를 취재한 <조선일보> 기자 1명은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된 상태다. 정은경 본부장은 “29번째 환자의 검사 결과가 나온 다음 30번째 환자에게도 자가격리가 통지됐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 자택 소독을 하던 과정에서 30번째 환자가 잠시 집 밖에 나가 있는 동안 기자와 10분 정도 면담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30번째 환자가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했으나, 과잉취재와 관리부실 논란이 함께 뒤따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최장 잠복기(14일)가 지나 발병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렀던 28번째 환자는 이날 퇴원했다. 중대본은 이 환자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거나 미약해, 복용 약물로 인해 증상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박현정 박수지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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