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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병원·약국서 113명 접촉… 29·30번 환자 감염경로 '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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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비상 / 간병인 전수조사… 독감처럼 상시 관리 / 中 확진 7만명·사망 1700명 넘어서 / 日크루즈선 감염자 99명 추가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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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거주지인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29번 환자(82·남·한국)의 등장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높은 가운데 이 환자의 아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9번 환자의 아내(68·한국)가 30번 환자로 확진됐다고 17일 밝혔다. 30번 환자는 전날 29번 환자가 확진된 뒤 자가격리 중 검사를 받았고 양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인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환자는 확진 전 자가격리 상태인데도 한 언론사 기자와 만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해당 기자는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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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인 30번째 환자가 격리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이 선별진료소 뒤로 보이고 있다. 뉴시스


29번 환자는 지난 15일 오전 가슴 통증(심근경색 의심 증상)으로 동네 의원 2곳을 거쳐 정오 서울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확진됐다. 29, 30번 환자 모두 중국 등 해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다 현재까지 코로나19 환자 접촉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방역당국 방역망 밖에서 나온 첫 사례로 보인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해 노인 입원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을 대상으로 중국 등 특별입국절차 대상 지역 여행이력이 있는 종사자, 간병인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폐렴 환자에 대한 점검도 같이 진행된다. 중대본은 원인불명 폐렴으로 입원해 있는 환자에 대해 해외여행력이 없더라도 의사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하도록 조만간 사례정의를 개정한다. 18일부터 코로나19도 계절성 독감처럼 방역당국의 상시 감시대상으로 관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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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번 환자(31·여·중국)는 이날 격리해제됐다. 이로써 확진자 중 퇴원자는 총 10명이 됐다.

중국에선 확진자가 7만명, 사망자는 1700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2, 3일 내 누적 사망자가 2000명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현지시간) 기준, 31개 성에서 누적 확진자는 7만553명, 사망자는 177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053명, 사망자는 105명 늘었다. 그러나 후베이성을 제외한 지역에선 13일째 신규 확진자가 줄었다.

일본에선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선자 중 감염자 99명이 이날 추가 확인됐다고 NHK가 보도했다. 또 일본 전역에서 6명의 감염이 새롭게 확인돼 일본 전체 확진자는 519명(크루즈선 누적 감염자 454명 포함·1명 사망·오후 8시 현재)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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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국내 발생현황 및 확진환자 중간조사 결과 등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9번 환자 5일쯤부터 증상… 병원·약국서 113명 접촉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 환자(82·남·한국)에 이어 아내도 30번 환자(68·여·〃)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역 당국은 29번 환자 확진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 감염원이나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30번 환자도 29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것인지, 또 다른 감염원 노출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확진 전 수차례 병원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정부는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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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인 30번째 환자가 격리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입구에 마스크 착용 안내가 틀어져 있다. 뉴시스


1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번 환자는 지난 5일쯤부터 마른기침 등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고대안암병원에서 확진을 받기 전까지 8차례 병원을 찾았다.

지난 5일 29번 환자는 서울 종로구 신중호내과의원과 강북서울외과의원을 방문했다. 신중호내과의원은 7일 한 차례 더 찾았다. 지난 8일과 10, 11, 12, 15일에는 강북서울외과의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신중호내과의원 2회, 강북서울외과의원 6회 등 모두 8회 병원을 찾은 것이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29번 환자가 외과적 처치를 받은 적이 있어 이에 대한 후속치료 목적으로 강북서울외과의원을 자주 다녔다”며 “마른기침이나 몸살 기운 증상이 있었지만, 외과적 치료가 주여서 코로나19를 의심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병원 인근 보람약국, 봄약국 등도 4회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수차례 병원을 방문했는데도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병원 내 전파 위험이 커진 상태다. 29번 환자가 아내인 30번 환자를 제외하더라도 코로나19 의심을 하지 못한 채 병원에 다니면서 이곳에서 확인된 접촉자만 113명에 달한다. 고대안암병원 의료진 및 직원이 45명, 응급실에서 접촉한 환자 31명, 의원·약국 접촉자가 37명이다. 접촉자들은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병원도 휴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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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9번째 환자와 그의 아내인 30번째 환자가 격리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출입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의료계에서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수차례 병원을 드나들면서 원내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이 모여있는 병원 특성상 감염병이 확산했을 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30번 환자의 발병일은 지난 6∼8일쯤으로 추정된다. 전날 증상은 없었지만 이전에 몸살,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 복용했다. 30번 환자는 29번 환자가 강북서울외과의원,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에 갔을 당시 동행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8일 서울대병원에서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현재 폐쇄회로( CC)TV 등을 통해 접촉자를 파악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 환자가 머문 공간을 소독하고 담당 의료진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30번 환자가 외래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역학조사에 들어가 밀접 접촉한 의료진을 격리했다”며 “밀접 접촉한 의료진 4명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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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국내 29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거주지인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방역관계자들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역 당국은 29번 환자의 증상 발생 전 14일간의 경로를 추적해 만난 사람들을 확인하고 있다. 발병 이전 기간 해외여행이나 확진환자 등과의 연관성을 찾겠다는 의미다. 29번 환자는 ‘노노케어’ 도시락 배달봉사에 참여했고, 종로노인종합복지관, 동대문구 기원 등도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본부장은 “감염원, 감염경로를 특정하지 못하면 지역사회 감염으로 판단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인 30번 환자와의 2차 감염 여부도 아직 단정짓기 어렵다. 30번 환자의 발병일은 현재 이달 6일이나 8일 등으로 추정하고 접촉자 및 감염경로 등을 함께 조사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30번 환자가) 어제(16일)는 증상이 없어서 불편한 게 없으셨지만 그 이전에 몸살, 감기 기운 같은 게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현재 2월6일 내지는 8일 정도로 추정하고 접촉자 조사와 감염경로 조사를 29번 환자와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부간 감염 선후 관계를 두고선 “29번, 30번 환자들의 발병일이 유사해서 공동 노출 가능성이 있는 건지, 남편 분이 하루 정도 빨리 발병한 것으로 돼 있고 잠복기가 엄청 짧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배우자께서 감염이 됐는지 두 가지 가능성을 다 놓고 감염 경로, 감염원에 대한 조사를 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30번 환자의 전체 접촉자 수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개되지 않았다.

김승환 기자, 베이징·도쿄=이우승·김청중 특파원, 이진경 기자, 부산=전상후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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