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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9 (수)

[사설] 한국 원전 첫 수출 바라카 1호기 가동에도 우울한 원전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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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원전 수출 1호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현지 당국으로부터 지난 17일 운전허가를 받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고 한다. 바라카 1호기는 신형 경수로 APR1400 모델로 발전용량 1400㎿급에 설계수명 60년짜리다. 국내에서는 신고리 3호기에 적용해 2016년 말부터 이미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작년 8월 미국 규제기관(NRC)으로부터 설계인증을 취득했고, 2018년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도 따내는 등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검증받았다. 바라카 원전은 총 4기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09년 12월 수주해 2012년 7월 착공한 뒤 단계적으로 진행했는데 2호기 공정도 95%에 달해 조만간 운전승인 평가에 들어간다.

한국형 원전을 국외에 수출해 가동에 들어간다는 뿌듯한 소식을 들으면서도 국내 원전 산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으니 답답하다. 에너지 전환을 내세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현재 준공을 앞둔 대형 원전은 신한울 1·2호기(2021년)와 신고리 5·6호기(2024년)밖에 없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중단됐다.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1997년 6조5235억원에서 2016년 27조4513억원으로 20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23조8855억원으로 줄었고 계속 감소세다.

탈원전 정책은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심각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원천 기술업체에서부터 부품 생산업체까지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자력품질보증자격인증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는 2015년 222개에서 2018년 186개로 줄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고 신규 건설에 제동이 걸리면서 손을 터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을 상대로 한국형 원전 추가 수출을 위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접는 원전을 다른 나라엔 팔겠다니 상대국의 눈에 엇박자를 넘어 못 미덥다는 느낌을 줄까 겁난다. 에너지 정책은 한 정권 차원을 넘어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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