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원전을 국외에 수출해 가동에 들어간다는 뿌듯한 소식을 들으면서도 국내 원전 산업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으니 답답하다. 에너지 전환을 내세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다. 현재 준공을 앞둔 대형 원전은 신한울 1·2호기(2021년)와 신고리 5·6호기(2024년)밖에 없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중단됐다.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1997년 6조5235억원에서 2016년 27조4513억원으로 20년 만에 4배 이상 성장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23조8855억원으로 줄었고 계속 감소세다.
탈원전 정책은 기존의 산업 생태계를 심각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원천 기술업체에서부터 부품 생산업체까지 관련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자력품질보증자격인증을 보유하고 있던 업체는 2015년 222개에서 2018년 186개로 줄었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고 신규 건설에 제동이 걸리면서 손을 터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을 상대로 한국형 원전 추가 수출을 위해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접는 원전을 다른 나라엔 팔겠다니 상대국의 눈에 엇박자를 넘어 못 미덥다는 느낌을 줄까 겁난다. 에너지 정책은 한 정권 차원을 넘어 긴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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