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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사설] 집값 안정책, 표심 눈치보느라 잣대 달라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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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을 잡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 풍선효과로 경기도 '수용성(수원·용인·성남)' 집값이 급등하자 지난 16일 이 지역의 추가 규제를 놓고 당정청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지역구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대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2·16 대책 때 이미 예견된 것처럼 대책 이후 두 달간 수원 영통구(8.3%), 팔달구(7.34%), 용인 수지구(5.78%) 등의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수도권 상승 지역을 엄중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이 심화·확산될 우려가 있는 경우 규제지역 지정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토부가 수용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수용성은 지역구 13곳 가운데 현재 민주당 지역구가 9곳인 민주당 표밭이다 보니 표심 이탈을 우려한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 풍선효과가 나타나면 추가 규제를 내놓겠다고 공언해온 정부가 여당 우세지역에 대해서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 꼴이 됐다. 표심 눈치를 보느라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타이밍이 생명인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당정 엇박자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7일 이번주 부동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발표했지만 "수용성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결국 국토부가 20일 수용성을 포함해 최근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정치 논리에 흔들리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이 정치권의 선거 전략에 좌우된다면 누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이렇게 선거에 부동산 정책이 이용되면 국민 불안은 커지고 '부동산 정치'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이고 선제적인 집값 안정 계획 없이 시장이 이미 펄펄 끓은 후에 두더지 잡기식으로 정부가 뒤따라 움직이는 것은 집값을 잡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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