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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삼성이 영입한 윌리엄 김이 1년 만에 부활시킨 회사 '올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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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금융위기 이후 부도 직전이었던 英 컨템포러리 브랜드 '올세인츠'

구찌·버버리 부사장 출신 '윌리엄 김' CEO로 영입…올세인츠 '디지털화' 선언

마케팅·물류·유통·판매 방식 '디지털화' 성공…매출 5500억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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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세인츠 로고 [사진 - 올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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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옷만 잘 만든다고 해서 패션 시장이란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다. 독보적인 디자인과 질을 자랑해도 적절한 마케팅이나 판매 전략이 없다면 망하는 건 한순간이다. 영국 대표 컨템포러리 브랜드 '올세인츠(All Saints)'의 흥망성쇠를 좌우한 것도 디자인이 아닌 전략 때문이었다.


한때 영국,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가죽 재킷' 하면 '올세인츠'를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마돈나, 리한나, 데이비드 베컴 등 유명인사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했던 올세인츠는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실적이 악화됐고,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지 못하다 결국 2011년에는 법정관리 직전까지 가게 됐다. 이때 구찌, 버버리 등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던 한국계 미국인 윌리엄 김(William Kim)이 CEO(최고경영자)로 등장했다. 1년 만에 적자였던 올세인츠를 흑자전환시키고, 5년 만에 연 매출 2억 5250만 파운드(약 3900억원)를 달성,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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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세인츠 매장 [사진 - 올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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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세인츠는 1994년 런던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다. 남성복을 시작으로 여성복, 아동복을 연이어 출시했고, '창의성(Creativity)'을 브랜드 모토로 매 시즌마다 올세인츠만의 색을 입힌 옷들을 출시하며 유행을 만들어가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특히 가죽으로 만든 재킷은 올세인츠의 대표적인 제품이자 올세인츠의 '컨템포러리'라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올세인츠도 위기를 맞았다. 올세인츠의 공동 창업자였던 케빈 스탠포드(Kevin Stanford)가 무리하게 매장을 확장한 데다 올세인츠의 지분을 35% 가지고 있던 아이슬란드 금융회사 바우거(Baugur)가 대출받던 카우프싱(Kaupthing) 은행이 파산하면서 올세인츠는 5300만 파운드(약 820억원)의 부채까지 안게 됐다. 당시 올세인츠 연 매출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사실상 붕괴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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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김 전 올세인츠 CEO [사진 - 올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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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올세인츠의 가치를 알아본 영국의 사모펀드 라이온 캐피탈이 1억 500만 파운드(약 1620억원)에 지분 76%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라이온 캐피탈은 2012년 버버리 수석부사장, 당시 패션업계 거물이었던 윌리엄 김을 CEO로 영입했다. 버버리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했던 그는 거액의 스톡옵션도 마다하고 파산 직전의 올세인츠를 선택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스톡옵션의 가치가 강남 아파트 4채쯤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올세인츠의 잠재된 가능성을 알아봤다. 구찌 그룹의 스텔라 맥카트니, 알렉산더 맥퀸, 그리고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 총괄 경험이 있는 그는 미래 세대가 주목할 브랜드는 명품이 아닌 올세인츠와 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라고 확신했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27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윌리엄 김은 올세인츠로 출근하자마자 '2020년의 올세인츠'를 구상했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를 시기를 2020년으로 예측하고, '디지털화'를 올세인츠의 미래로 제시했다.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던 올세인츠의 비효율적인 마케팅, 물류, 유통, 판매 방식을 모두 보완해야 했다.


윌리엄 김이 벤치마킹한 기업들도 패션 회사가 아닌 아마존, 구글과 같은 IT기업들이다. CEO 취임 직후 모바일과 PC에 최적화된 웹사이트와 앱(App)을 개발해냈다. 패션기업으로는 최초로 구글과 협업해 구글 클라우드(문서 저장 기능), 구글 행아웃(화상통화, 메시지전달 기능)을 전 세계 3000여 명의 올세인츠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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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올세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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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의 진열 방식과 재고 관리도 모두 본사로 연결된 시스템으로 실시간 관리했다. 만약 고객이 제품에 대한 재고 정보를 직원에게 문의하면 일반적으로 창고로 달려가 확인하지만, 올세인츠는 태블릿 PC를 통해 창고의 재고 상태를 파악하고 타 매장의 재고 보유 현황까지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제 또한 아마존 시스템을 통해 30초 이내에 결제가 완료될 수 있도록 보완했다. 올세인츠의 매출 20%(업계 평균 2% 미만)가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윌리엄 김이 합류한 지 1년 만에 올세인츠를 흑자전환에 성공시켰다. 불과 5년 만에 연 매출 3900억원을 달성했고, 60여 개에 불과했던 전 세계 매장 수는 232곳으로 늘렸다. 온라인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한 덕에 오프라인 매장 진출국은 16개국에 그치지만 200개 국가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출도 지속 상승세다. 2018년 기준 연매출액은 5500억원이다. 사실상 올세인츠가 위기를 겪기 전보다 수십 배 성장한 모습이다.


그가 예측한 2020년이란 시점도 맞아떨어졌다. 윌리엄 김이 이뤄놓은 업적들이 최근 다시 재평가받고 있다. 최근 침체된 패션업계에서도 올세인츠는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고,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윌리엄 김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로 영입하기도 했다. 현재 윌리엄 김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리테일·이커머스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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