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기생충'은 출발 단계…"비행기에서 완전히 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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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한 영화 '기생충'의 배경에는 '번아웃' 증후군 판정을 이겨냈던 봉준호 감독의 의지가 있었다.
봉 감독은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귀국 보고 기자회견에서 "'옥자' 끝났을 때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면서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서 없는 기세를 영혼까지 긁어모아서 작품을 찍었다"고 말했다.
촬영 기간보다 더 길었던 오스카 캠페인을 끝낸 지금 봉 감독은 "마침내 오늘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니 마음이 편해지면서 끝이 나는구나 싶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곽신애 바른손E&A 대표와 '기생충'을 처음 얘기한 게 2015년 초인데, 행복한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봉 감독은 이날 오전 마틴 스콜세지 감독으로부터 '조금만 쉬고 다시 일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은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노동을 정말 많이 하는 사람인 건 사실이다"면서도 "쉬어볼까 생각했는데 스콜세지 감독이 쉬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 일문일답.
- 다음 주 '흑백판'을 개봉하는 의도가 있나. 관객들은 어떤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할까.
"'마더' 때도 흑백 버전을 만든 적이 있다. 거창한 의도라기보다, 고전 영화나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 소위 말하는 로망이 있다.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시절도 한때 있었지 않나. 제가 만약 1930년대 살고 있고,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영화적 호기심이 있다. 영화 마니아라면, 그런 관심 있을 거다. 홍경표 감독과 의논해서 흑백 버전을 만들었다.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똑같은 영화인데 묘하다. 다른 느낌들이 있다. 보는 분마다 느낌이 다를 수도 있어 미리 선입견 가지실까 봐 말씀드리거나 강요하고 싶진 않다. 그런데 로테르담에서 한 관객이 '흑백으로 보니 화면에서 더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의미를 생각해봤다. '마더' 때도 그랬지만,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 섬세한 연기의 디테일이나 뉘앙스를 훨씬 더 느낄 수 있다. 알록달록한 컬러가 사라지니 배우 눈빛과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다."
- 꿈같았던 오스카의 시간이 끝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생각은 정리가 됐나.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육체적, 정신적, 체력적으로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다. 간신히 기내식을 먹고 10시간 동안 잤다. 착륙을 알리는 기내 방송으로 일어났다. 생각 정리하면서 시적인 문구도 남겨봤어야 했는데, 그럴 여력이 전혀 없었다."
- 미국에서 '기생충'이 드라마화된다.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나.
"저는 프로듀서로서 참여한다. 구체적으로 에피소드를 연출할 감독은 차차 찾게 될 것이다. 아담 멕케이가 작가로 참여한다. 그분과 몇 차례 만나 이야기도 나눴다. '기생충'이 애초에 가진 주제 의식, 동시대의 빈부 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오리지널과 마찬가지로 더 깊게 파고들어 가게 될 것 같다. 리미티드 시리즈란 명칭 쓰더라. '체르노빌' 시리즈처럼 5편 정도의 완성도 높은 TV시리즈를 만들려고 한다.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 배우들의 언급이 나왔는데 공식 사항이 전혀 아니다. 저랑 아담 멕케이 작가 겸 감독도 초기 얘기를 나누는 상황이다. 이야기 방향과 구조를 논의하는,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올 5월 '설국열차'도 미국에서 TV 시리즈로 방영된다. 2014년부터 준비했는데 5년여가 흐른 후 방송되는 것 보면 기생충'도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순조롭게 첫발을 디디고 있다."
[이투데이/김소희 기자(ksh@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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