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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제주교육청 ‘합격자 재번복’ 거센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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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교사 임용시험 점수 등 누락/ 합격자 두 번이나 변경 초유사태/ 허술한 시험 관리… 신뢰도 추락/ 교육감 사과문 발표 등 진화에도/ “왜 책임지는 이 없나” 여론 질타/ 도의회, 道 감사위에 감사 요청

제주교육청이 중등교사 임용시험 합격자를 두 번이나 바꾸는 ‘나사 풀린 행정’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지면서 뭇매를 맞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도 감사위원회에 감사를 요청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교육청은 업무 담당자의 거듭된 실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허술한 평가 과정 검증 시스템이 부른 ‘예견된 사태’로 지적된다.

19일 제주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3일 2020학년도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체육 과목 최종합격자 변경 공고를 냈다. 기존 명단 중 1명을 불합격 처리하고 다른 1명을 합격 처리했다. 도 교육청은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도 체육 과목 최종합격자 8명의 변경 명단을 7시간 만에 홈페이지에 재공고하면서 같은 날 오전 합격 통보된 1명을 불합격 처리하고, 불합격 처리된 1명을 합격자 명단에 올렸다.

합격자가 바뀌면서 도 교육청은 지난 10∼12일 임용시험 전체 교과 성적처리에 대해 자체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 지난 7일 변경공고로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당락이 바뀌었던 A씨가 다시 불합격 처리되고 제3의 응시자가 합격했다.

도 교육청은 감사에서 체육교과의 실기평가 5개 항목 중 선택 항목 1개의 성적이 전체적으로 누락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앞서 지난 7일 전산시스템 입력과정에서 ‘실기평가’ 항목을 ‘실기시험’ 항목으로 입력해 합격자가 바뀌었다면, 이번에는 단순 클릭 실수 탓이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점수를 수기로 작성해 엑셀 파일로 옮겨 기초 파일을 작성하는 단계에서 담당자가 마우스 드래그 실수로 1개 선택 과목 점수를 누락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일주일 새 두 번이나 임용시험 합격자 재공고가 나가면서 임용시험 관리 전반에 걸친 신뢰도 추락과 함께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합격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뀌는 중대한 오류를 그냥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문 교육감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도교육청 인사담당장학관이 최초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다시 불합격 통지를 받은 응시자를 만나 ‘다시 한번 제주도에 응시하면 개인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오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현안 업무보고에서 김장영 의원은 “이번 채용 시험은 불합격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그냥 묻힐 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김희현 의원은 “도의회가 교육감 사과, 전반적 감사 요청, 책임지는 모습, 피해응시자 적정 조치, 익명 평가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는데 당장 교육감의 사과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오대익 의원은 “임용시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다. 이에 대해 가볍게 여기거나 단순 실수로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주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가장 공정성이 요구되는 인사행정에서 불신이 초래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 합격자 재번복 사태를 책임져야 할 담당자들이 영전 또는 승진되는 등 책임은 지지 않고 인사 잔치 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경희 부교육감은 “업무처리 착오와 평가과정 검증 시스템 부실로 판단하고 있다.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책임도 깊게 통감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면밀히 조사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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