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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영국도 “영어 못하면 이민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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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노동력 부족”, 야당 “외국인 혐오” 비판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런던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지자들이 ‘우리는 자유다’라는 푯말을 들고 브렉시트를 축하하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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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두고 비(非)영어권 이민자와 미숙련 노동자에게빗장을 걸어잠글 태세다. 하지만 노동력 부족을 우려하는 기업들과 외국인 혐오를 우려하는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정부가 비영어능통자와 미숙련 노동자에게 입국을 불허하는 내용의 이민제도 개정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1월부터 영국에서 거주ㆍ취업하려면 영어를 할 줄 알고 고숙련 노동자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숙련 기술자 이민 비율을 12%에서 57%로 높이고 이민자의 영어능력 검증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이민정책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실제 영국 정부는 트럼프 미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민심사 과정에 ‘호주식 점수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공개된 개정안에 따르면 EU 거주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은 숙련이 필요한 분야에서 고용주로부터 사전에 일자리를 확약받아야 하고 영어 구사가 자유로워야 한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박사학위나 2만5,600파운드(약 3,964만원) 이상의 급여수준이면 가점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의 수를 줄여 자국민의 노동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농ㆍ어업이나 단순 서비스업 고용주들은 당장의 노동력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업 종사자 대표 단체인 유니슨은 “돌봄서비스 분야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비정부기구(NGO)인 채용고용협회의 톰 해들리 정책 책임자도 “정부가 ‘저숙련’으로 여기는 분야는 복지와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분야들”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벨 리베로애디 노동당 예비내각 이민장관은 “‘호주식 점수제’는 다양한 분야의 이주 장려가 목표”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정부의 개정법이 제도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주장이다. 크리스틴 자르딘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외국인 혐오가 기저에 깔려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현재 집권 보수당이 의회를 장악한 상황이라 개정 이민법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가디언은 내다봤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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