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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EU "영국은 엘긴 마블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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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박물관 소장 약탈 문화재, 브렉시트 계기로 반환론 커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계기로 그리스를 비롯해 유럽 각지에서 영국이 빼앗아온 갖가지 고대 유적을 돌려주라는 압력이 커질 전망이다. 18일(현지 시각)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영국과의 무역 협상을 준비 중인 EU의 협상문에는 '영국이 불법적으로 약탈해간 문화재를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는 그리스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영국에 빼앗긴 문화재가 있는 이탈리아와 키프로스도 적극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의 요구는 '엘긴 마블(Elgin Marbles·사진)'을 돌려달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엘긴 마블은 기원전 5세기에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의 외벽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사람 모양 조각을 비롯한 200여점의 그리스 조각물을 말한다. 영국은 이 조각물들을 1801년부터 5년간 런던으로 가져와 영국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당시 그리스는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그 조각물을 런던으로 이송하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오스만제국 주재 영국 대사였던 토머스 엘긴이었다는 이유로 이 조각물들을 통칭해 엘긴 마블이라고 한다. 영국박물관의 가장 핵심적인 소장품이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해 "장기 대여 형식으로 엘긴 마블을 돌려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그리스의 요구가 EU 차원의 요구로 격상된 셈이다.

EU는 엘긴 마블을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온 영국을 상대로 이 문제를 무역 협상의 정식 의제로 삼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를 선택한 영국이 역습당한 셈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EU가 이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을 예상치 못한 영국이 일격을 당했다"고 했다. 영국은 '엘긴 마블은 합법적으로 사온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더타임스는 "(영국이) 엘긴 마블을 돌려줘야 하는 압력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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