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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위험상품 판매 중단하고 고령자 가입 막고… 은행들 과잉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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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하나은행은 이르면 3월부터 원금 손실이 20% 이상 날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투자 상품을 일부 고객에게 팔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이미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 일부를 판매 중단했고, 기업은행은 80세 이상 고령자에게 손실 가능성이 큰 투자 상품에 가입하지 못하게 했다. DLF(파생결합펀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최근 잇따라 대형 금융 사고가 터지자 은행들이 뒤늦게 소비자 보호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대책은 고객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과잉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 상품 판매 중단하는 시중은행들

1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금융 상품에 대해 고객별로 투자 한도를 설정하기로 했다. 투자 성향 등을 감안해 고객 등급을 정한 뒤 일정 금액 이상 위험 상품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보장도 안 되는 위험 상품에 고객 자산이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자는 취지"라며 "올해 상반기 중 전국 영업점에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우리은행은 위험 등급이 높은 펀드 등 고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위험 상품 판매를 작년 10월부터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영업점에 대한 '미스터리 쇼핑'(고객으로 가장해 판매 실태를 점검하는 것)을 실시한 뒤 점수가 저조한 지점은 투자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판매 정지 영업점으로 지정되면 1개월간 펀드를 비롯한 모든 투자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기업銀, 고령자 투자 원천 봉쇄

기업은행은 아예 연령대를 기준으로 투자 상품 가입을 전면 금지하는 제도를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이다. 80세 이상 고령자는 파생결합증권 펀드 및 신탁 등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위험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고령자의 투자 기회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가입을 금지하거나 판매 자체를 중단하는 제도는 투자 자율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근본적 대책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간에 쫓겨 무리한 제도를 쏟아내기보단 위험 상품에 투자해도 될 만한 고객들을 선별할 수 있는 내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나이를 기준으로 투자를 제한해왔던 일본은 오히려 기존 제도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일본은 2013년부터 80세 이상 고령자가 금융사들이 상품을 권유한 당일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금지해왔다. 고령자가 금융 상품 리스크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구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령자에 대한 판매 제한이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일자, 일본 금융청은 개인별 인지 능력 판단을 금융사 자율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종 테스트를 통해 고령자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고위험 상품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장수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이가 투자 장애물이 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윤진호 기자(jinho@chosun.com);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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