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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대구·경북만 70명 확진…"이러다 봉쇄되는거 아니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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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초비상 / '코로나 대유행' 대구 패닉 ◆

매일경제

대구시가 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20일 오후 대구 중심 도로인 달구벌대로 청라언덕역 부근이 차량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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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이틀 만에 무려 70명의 신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대구·경북이 패닉 상태에 빠지면서 정상적인 도시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대구 시민들은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우한처럼 정말 대구도 봉쇄되는 것 아니냐"며 극심한 공포감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와 수성구 들안길 등의 주요 상가는 온종일 코로나19 여파로 인적이 드물었다. 대다수 시민은 각종 모임을 취소했고, 식당가에는 점심·저녁식사 예약 취소가 잇따랐다. 대구 중구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는 최 모씨(42)는 "대구 중심가에 이렇게 사람이 없는 건 그동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지인 역시 대구 방문을 꺼리면서 '대구 기피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서 모씨(40)는 "이번주 말에 서울 등에 사는 친구들과 대구에서 모임을 하기로 했는데 대구에 오기 싫다고 해 모임이 취소됐다"며 "외지인들에게 보이는 대구의 부정적 이미지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공포가 도시를 휘감자 대구 시민들은 "대구가 정말 봉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직장인 김 모씨(36)는 "우한이 봉쇄된 것처럼 대구도 걷잡을 수 없이 환자가 늘어나면 정부에서 봉쇄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7세 아이를 둔 시민 장 모씨(39)는 "유치원이 다 휴원했는데 대구에 살기 불안해 친정인 구미로 아이들을 보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대구에서 결혼을 앞둔 박 모씨(35)도 "대구에서 결혼한다고 하니 축하보다도 친지, 가족 모두 걱정부터 한다"며 "결혼식 날짜를 미뤄야 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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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외출·외식을 꺼리면서 지난 19일 밤에는 생필품과 식재료 등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이 폭주하기도 했다. 쿠팡의 경우 19일 대구·경북 지역 주문량이 폭증해 시간 내에 배송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면서 이 지역에서 주문이 불가능한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대구 지역에서는 현재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공연 전시관, 도서관 등 시설도 모두 휴관에 들어갔다.

대구시는 이날부터 시민들에게 '외출 금지'를 당부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현재 코로나19 사태는 전국적인 상황과 관계없이 대구 지역은 '심각' 단계인 만큼 오늘부터 외출은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주한 미군도 필수 임무를 제외하고 전국 장병들의 대구 방문을 금지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 사령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대구에 근무하는 군인과 가족, 군무원들에 대한 보살핌과 복지가 최우선 과업"이라며 "부대를 보호하고,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문의도 관내 보건소별로 24시간 내내 쇄도하고 있다. 보건소, 의료기관 등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도 대기 인원이 증가해 1시간 이상 기다려도 진료를 보지 못할 정도다.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는 문의 전화는 물론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 "확진자가 나온 건물이 우리 집과 가깝다" "기침과 발열이 나는데 검사받고 싶다" 등 다양한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보건소 보건 인력들은 고글, 보호복 등을 착용한 채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등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남부보건소 관계자는 "24시간 동안 코로나19 관련 문의 전화가 새벽 3~4시간을 빼고는 끊임없이 온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 모든 보건소도 코로나19 관련 외에는 모든 일반 진료를 중단해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다. 대구에는 확진자가 다녀간 병원 응급실들이 잇달아 폐쇄되면서 현재 지역의 가장 큰 대형 병원인 경북대병원과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의 응급실이 폐쇄됐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경우 신천지 교회 교인인 간호사 1명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응급실과 간호사가 근무하던 호흡기 병동 1개 층을 폐쇄했다. 대구소방본부 관계자는 "응급의료정보센터에서 병원 응급실 정보 현황을 파악해 환자 상태에 따라 2차 병원 등으로 이송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에서는 이날 확진자 가운데 7명이 병상을 배정받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대구 확산의 진원지가 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중 대부분이 대구·경북 지역에 거주하면서 열차,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공포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자에 앉지 않고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예배를 보는 신천지 교회의 독특한 예배 방식이 바이러스 전파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배 행사 시간이 2~3시간으로 일반 교회보다 긴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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