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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김광일의 입] 이젠 '코로나 심판', '조국 선거'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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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4·15 총선이 ‘종로선거’이자 ‘울산선거’라고 여러 차례 말씀 드렸다. ‘종로선거’라는 것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차기 대선 주자급 간판스타들이 맞붙는다는 의미에서 그랬다. 종로구 여야 출마 후보인 이낙연과 황교안,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든 어떻게 싸우느냐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울산선거’라고 말씀 드린 이유다. ‘청와대의 울산선거 공작 의혹’은 무려 13명이 기소되는 초대형 스캔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청와대 참모 출신이 5명이나 포함돼 있고, 핵심 피고인인 송철호 시장이 문 대통령과 ‘30년 지기’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은 4·15 총선을 울산 선거공작 사건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봤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총선은 중간선거의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대통령제 국가에서 중간선거란 곧 정권심판 선거가 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의 가장 추악하고 충격적인 ‘심판의 잣대’가 울산 선거공작 사건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이 울산 사건 피고인 13명을 기소한 것이 지난 1월29일인데, 사법부는 그로부터 2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재판 기일조차 잡지 않고 있다. 통상 선거법 위반과 관련된 검찰 기소는 14일 이내에 재판 기일을 잡아왔다. 아마도 김명수 사법부는 총선을 치른 다음 재판을 진행할 생각이 아닌가 싶다.

오늘 우리는 4·15 총선에 두 가지 심판의 잣대를 추가하려고 한다. 하나는 ‘코로나 선거’다. 대구에서 갑자기 터져 나온 무더기 확진 환자 때문에 대구 시민은 거의 패닉에 빠져 있고, 온 국민은 이만저만 불안한 게 아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은 "우한 코로나는 곧 종식될 것"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는 식으로 낙관론을 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소비 활동과 여가 활동까지 과도하게 부풀려진 공포와 불안 때문에 지나치게 위축된 측면이 있다"면서 언론을 탓했다. 오늘 아침 동아일보 칼럼은 그런 문 대통령을 향해 ‘"경제 반등"(이라고 했다가) 반나절 만에 비상경제시국이라고?’ 라는 제목으로 다그쳐 묻고 있다. 혹시 경제가 안 좋은 것에 대해 문재인 정권의 실정(失政)이라는 것을 감추고 외부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가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보고 코로나 충격으로 경제가 비상시국이라고 한 것인가.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보느라 중국에서 넘어오는 감염원 유입을 방치하고 차단하지 못한 책임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통령 부부와 국무총리는 공무원을 미리 보내 상인들과 입을 맞추는 등 각본에 짜맞춰 전통 시장을 찾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감염이 쏟아진 어제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됐는데 그동안 정부도 열심히 했고 국민들께서도 잘 대응하고 있다"며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제사회도 한국의 감염병 확산 차단에 대해 상당히 효과가 있다고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우리는 4월 총선을 통해 이번 방역에 구멍이 뚫린 책임을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다음으로 오는 4월 총선은 누가 뭐래도 ‘조국 선거’가 됐다. 올해 들어 4월 총선은 ‘울산 선거공작 사건’으로 치러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감이 워낙 커서 조국 사태는 상대적으로 조금 작아지는 느낌이었는데, 민주당이 서울 강서 갑 공천을 놓고 내전(內戰)을 벌이는 바람에 국면이 달라졌다. 김남국 변호사, 이 사람은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법률대리인을 했으며, 그동안 ‘조국 수호’ 운동에 앞장섰다. 김 변호사는 "많은 국민과 당원은 조국 수호를 검찰 개혁으로 읽고 이해한다"면서 "촛불을 드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조국씨를 비판해온 금태섭 의원은 "이번 총선을 ‘조국 수호’ 총선으로 치를 순 없다"고 했다. 김남국 변호사는 연거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금태섭 의원님, 너무 비겁합니다.’ ‘금태섭 의원님, 조국 수호=검찰 개혁이 부끄러우신가요?’ 같은 글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해영 최고위원, 박용진 의원 같은 이들은 김남국 변호사를 비판했다. 김 최고는 "청년의 정신을 실현해왔는지 되물어보길 권한다"고 했고, 박 의원은 "일찍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싹을 자르고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에 이재정 의원, 최민희 전 의원, 김경협 의원 등은 금태섭 의원을 나무라고 김남국 변호사를 편드는 쪽으로 발언을 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가. 민주당 일부에서 ‘반(反)조국 전선’에 섰던 현역 의원들과 ‘조국 지킴이’를 자처했던 진영 사이에 확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 ‘공수처법 통과’ 등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점이 강조되다 보니 조국 사태를 비판하는 부글부글 끓었던 목소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 불만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측면이 있다.

민주당 당 내부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것은 그들의 사정이고, 문제는 우리 국민들은, 우리 유권자들은, 그리고 우리 시청자들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이 점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든 4월 총선을 치르면서 조국 사태를 잊을 수는 없다. 조국 사태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충격을 받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한 나라의 윤리와 도덕의 울타리가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는지 기억에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여당에서는 다시 ‘조국 지킴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조국과 검찰 개혁을 한데 묶어 "조국이 자랑스럽다"는 출마자가 나서고 있다.

결론으로 정리를 해드린다. 4월 총선은 ‘종로선거’이자 ‘울산선거’다. 그런데 이제는 거기에 덧붙여 ‘코로나 선거’일 수밖에 없으며, ‘조국 선거’로 불거지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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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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