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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박지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종신 악장 “성취감과 설렘, 첫 연주회 못 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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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취임 후 첫 국내 리사이틀…드뷔시 ‘소나타 g단조’ 등 선사

경향신문

ⓒJin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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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종신 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5·사진)이 고국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이 악단 악장으로 취임한 때가 2018년 11월이다. 그 후 국내에서 처음 마련하는 리사이틀이다.

지난 19일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당시 소감을 묻자 “10년 넘게 꿔왔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고 답했다. 악장의 무거운 책임에 대해서는 “저는 순발력 좋은 스타일이 아니어서 다른 단원들보다 2~3배 더 준비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고 답했다. 이번 연주회는 2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악장 취임 직후 펼쳤던 연주회는 “성취감과 설렘 때문에,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했다. 상임지휘자 미코 프랑코의 지휘로 라벨의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을 선보인 연주회였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기억은 이듬해 2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명예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봉을 들었던 연주회였다. “당시 타이틀이 ‘러시아의 밤’이었는데 동료들이 ‘한국의 밤’이라고 조크를 던졌어요. 지휘자는 정명훈, 협연자는 조성진이었거든요.”

이 대목에서도 박지윤은 “악장은 나였다”고 덧붙이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성품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정명훈은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이 악단 음악감독을 지냈다. 지금의 미코 프랑코는 그 후임이다. 좀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시 연주했던 곡은 정명훈의 장기 중에서도 손꼽히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이었다. 조성진도 역시 차이콥스키의 협주‘곡을 몰아쳤다. 그랬으니 파리 필하모닉홀 열기가 어느 정도였을지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지점에서 박지윤에게 프랑코와 ‘충’(chung의 현지 발음)의 차이점을 넌지시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는 매우 망설이다가 답을 내놨다.

“음… 정반대죠. 미코는 깨끗하고 정확하게 지휘하는 스타일이죠. 단원들이 그의 지휘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아름다운 앙상블에 도달할 수 있어요. 정 선생은 좀 달라요. 그분은 자신의 음악세계가 뚜렷하고, 자신이 해석하는 차원으로 음악을 끌고가는 스타일이죠. 그래서 아주 진한 음악을 뽑아냅니다.”

박지윤은 국내에서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 파리국립음악원에서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보낸 세월이 거의 20년이다. 애초에는 그도 “정경화, 아네조피 무터, 사라장처럼 솔리스트를 꿈꿨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꿈을 변경한 이면에는 스승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로랑 도가레일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파리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었다. 이 악단도 역시 프랑스의 대표급으로 손꼽힌다. 영국 출신 다니엘 하딩이 2016년부터 상임지휘자를 맡아왔는데, 현재 그 자리가 공석이다. 박지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지휘자 하딩이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며 에어 프랑스에 수습으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파리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차이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박지윤은 생각을 고른 끝에 답했다. “두 악단은 분위기가 달라요. 저희 악단은 가족적이죠. 저는 이곳에 합류한 이후, 이른바 ‘텃세’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파리 오케스트라에는 좀 차가운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쨌든 두 악단 모두를 관통하는 특징은 목관이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이렇게 목관이 좋은 악단을 찾긴 쉽지 않을 겁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드뷔시의 소나타 g단조, 프랑크의 소나타 A장조, 라벨의 소나타 a단조를 연주한다. 피아노는 오랜 동료인 이효주가 맡는다. 연주곡 중에서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에는 첼리스트 이정란도 합세한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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