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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기고] 야생동물 질병 전담기관 출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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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 생태계를 위협하는 대부분의 신종 질병은 야생동물로부터 기원하고 있다. 국가 간 질병 전파는 국제무역 및 해외여행,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환경 변화로 더욱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야생동물 매개 질병 관리가 국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야생동물 매개 질병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방역체계 보완 등 국가 차원의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ASF는 1921년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후 주로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지역 풍토병으로 발생해오다 유럽과 러시아로 전파됐다. 2018년 8월 아시아는 중국에서 처음 ASF가 발생해 확산됐고,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17일 파주시에서 첫 확진이 발생했다.

세계일보

김종택 강원대 수의과 교수


첫 발생 후 현재까지 야생 멧돼지의 확진 건수는 217건(2월16일 기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야생동물 질병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확산 차단과 조기종식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으나, 쉽게 감염 위험으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보건 안전체계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파급력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코로나19도 야생동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야생동물에서 전파됐으나 사람 간의 2차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국가 간의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직까지 예방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와 예방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2002년 중국에서 발병하여 동남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로 확산되어 큰 피해를 입힌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국내에서 많은 생명을 앗아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야생동물 매개 질병은 인류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완벽한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각 나라는 국가 차원의 질병관리체계를 갖추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번 야생동물 질병 발생 사태를 겪으며 대응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내에는 야생동물 질병 전담기관이 없어 대응에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환경부가 야생동물 질병 전담기관인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건립을 추진해 올해 안에 개원 및 운영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의 야생동물 질병 관리능력 제고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는 이번 ASF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야생동물 매개 질병 상시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야생동물 매개 질병에 대한 예방·대응·진단을 제대로 수행할 조직과 인력 등 관리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가 전염병 위기 시에 야생동물 매개 질병 관리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이 가능해야 한다. 사람은 질병관리본부, 가축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중심이 되어 질병 감시·전파 차단 등 위기대응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야생동물 매개 질병도 이러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기관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야생동물 질병의 병원성에 대해 연구역량을 갖추어 백신, 신속진단법, 치료법 개발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야생동물 질병에 대한 조기 감시능력을 갖춰야 한다.

김종택 강원대 수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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