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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첫 사망자 나온 초비상 사태…대통령이 온몸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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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말바꾸기로 코로나 대응 혼선 초래

차분·냉정하게 범국가 총력 태세 갖추길

어제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왔다. 확진자 2명이 나온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폐렴 증세로 숨진 60대 환자다. 국내 유입 한 달 만에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코로나19 위기는 국가적 의료대란 단계에 진입했다. 대구·경북에서만 확진자가 48명이 나오는 등 지역에서 무더기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은 “수퍼(무더기) 전파 사건은 있었다고 보지만, 수퍼 전파자 여부는 알 수 없다”는 수준에 머물러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방역망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비판이 나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권영진 대구시장과 15분간 통화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민 눈에는 이날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탄 봉준호 감독과 배우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파안대소하는 모습이 더 각인됐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행보의 선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코로나 위기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보여준 인식과 대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선 “그야말로 비상하고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가 홍남기 부총리로부터 코로나 대책을 보고받은 뒤에는 “공포와 불안이 부풀려져 경제·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며 상반되는 얘기를 했다. 그러더니 다음 날 국무회의에선 ‘비상한 상황’ ‘비상한 시기’ ‘비상경제 시국’이란 말을 연발하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하룻밤 사이에 입장을 또다시 뒤집은 것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사흘째 확진자가 나오지 않자 “안정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했다가 이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야권과 의료계의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안이한 대응과 상황 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제대로 경청하고 수용했다면 어이없는 말 바꾸기로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문 대통령 내외와 정세균 국무총리가 코로나 확산으로 위축된 자영업자들을 격려한다는 취지로 전통시장을 찾은 행사가 미리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됐고, 상인들에게 “오직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만 해 달라”는 사전 요구가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위기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범국가적 대응 대신 코로나를 구실로 경제 실정을 가려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피하려는 ‘정무적 판단’이 앞선 결과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최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천근의 무게를 지닌다. 문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메르스 대처 부실을 맹공하며 “내 임기 중엔 그런 비극이 없게 하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했다. 이제라도 인식과 태도를 일신해야 한다. 위기 대응을 ‘심각’으로 올리고 지역사회 내 감염자를 조기에 격리해 치료하는 한편, 확진자 급증에 대비해 민간 병원까지 격리 치료 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범정부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추는 데 앞장서야 한다. 야권에도 코로나 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해 초당적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내건 ‘사람이 먼저다’란 구호가 지금처럼 절실한 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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