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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日크루즈 승객 2명 숨지고 청정지역 규슈서도 확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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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하선 안 시킨게 큰 실책

언론 "선내 격리는 오산" 비판

크루즈 밖서도 감염자 계속 늘어

크루즈 634명 등 총 727명 감염

일본 요코하마시 항구에 지난 3일부터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 중 80대 노인 2명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20일 사망했다. 이 크루즈선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의 크루즈 격리 정책이 빚어낸 참사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NHK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중 가나가와현 출신 87세 남성은 지난 10일 발열 증상을 보였고 다음 날 우한 코로나로 확진돼 하선한 뒤 입원했다. 15일 상태가 악화해 인공호흡기를 장착했지만 20일 끝내 사망했다. 도쿄도에 사는 84세 여성은 발열이 계속돼 12일 배에서 내려 병원으로 옮겨졌고, 역시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숨졌다.

조선일보

크루즈선에 남아있는 승객들 - 20일 일본 요코하마 항구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갑판에 일부 승선자가 나와 있다. 전날부터 승객을 순차적으로 하선시키고 있는 크루즈선에 아직 2000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NHK는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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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지난 2일 홍콩 당국으로부터 '크루즈 여행을 하다가 1월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중국인 남성이 우한 코로나 확진자로 밝혀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일본 정부는 감염 확대를 막겠다는 이유로 승객들을 배 안에 격리하고 홍콩에서 내린 중국인 남성과 밀접하게 접촉한 273명만 먼저 검사했다. 그 결과 5일 10명이 확진됐다.

사망자 2명은 처음엔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다. 이들이 우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중국 남성이 배에서 내린 1월 25일에서 각각 17일, 18일 후 시점이다.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 병의 최대 잠복기를 12.5일로 보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두 사람 모두 중국 남성에게서 직접 감염되지 않고 제3자로부터 옮았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 중 84세 여성은 6일부터 발열과 설사 증세를 보였는데, 12일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이 사망자를 일찌감치 하선시켜 관리했다면 살릴 수도 있었다는 말이 나온다. 일본 정부의 '해상 격리'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데는 우선순위가 있고,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NHK가 보도했다. 20일까지 크루즈선 승선 인원 3700여명 중 3063명이 감염 여부를 검사받았다.

크루즈선 사망자를 포함해 20일 현재 일본 내에서 우한 코로나 사망자는 3명으로 늘었다. 일본에는 상태가 심한 중증 환자가 29명 있어 피해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자국 정부의 대책을 크게 비판하지 않던 일본 매체들은 하나둘 기존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크루즈선 격리는 무리가 있었다. 해상에서 막는 데 급급해 감염자를 증가시켰다'고 지적했고, 요미우리신문은 '선내 격리가 오산이었다'고 비판했다.

하시모토 가쿠 후생노동성 부대신은 20일 크루즈선 내부 통로 문에 '청결통로' '불결통로'라고 적힌 종이가 붙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논란이 됐다. 지난 18일 일본의 저명한 감염병 학자 이와타 겐타로 교수가 '배 안에 안전 구역과 오염 구역 구분이 안 돼 있어 비참한 상황'이라고 지적하자 사진으로 반박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청결통로'와 '불결통로'는 문 뒤에서 하나의 공간으로 합쳐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이 일본 정부의 무능함만 더 드러낸 '헛발질'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날 9명의 확진자가 추가되는 등 크루즈선 바깥에서도 감염자가 늘고 있다. 그동안 감염자가 한 명도 없어 '청정 지역'으로 분류됐던 규슈(九州)에서 이날 60대 남성이 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 이 남성은 올해 중국 등 해외로 나간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 크루즈선 내에서 일했던 공무원 2명이 감염되는 등 20일 오후 9시 현재 크루즈선 634명을 포함, 총 727명이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됐다.





[도쿄=이태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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