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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기획] 제작진이 보는 '기생충' 밈, 그리고 '봉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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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신드롬(syndrome)'이다. '봉하이브(봉준호 감독의 해외 팬덤)'부터 '제시카 징글'(영화 '기생충' 속 기정이 부르는 노래), '짜파구리'(짜장 라면과 일반 라면을 뒤섞은 것)까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모든 것이 유행이 되고 문화가 됐다. 흥미로운 점은 '기생충'을 둘러싼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이 해외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해외 팬들은 왜 '기생충'에 열광하는 걸까?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한진원 작가, 이정은 배우까지…'기생충' 주역들에게 물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서울웨스틴조선호텔에서는 영화 '기생충'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는 비(非) 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외 감독상·각본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얻은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곽신애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감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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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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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대로 '기생충'은 해외 개봉 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 팬들 중심으로 시작된 '기생충' 밈은 어느새 대중적인 문화로 자리 잡게 됐다.

봉준호 감독은 "동시대 이야기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 짐작했다. 전작 '괴물'이나 '설국열차'도 마찬가지로 빈부격차, 사회 부조리를 담고 있지만 '기생충'을 더 가깝게 느낄 것이라고.

봉 감독은 "'괴물' '설국열차'는 SF적인 요소가 더 강했다. '기생충'은 동시대 이야기가 아니냐.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다. 거기다 배우들이 실감 나게 표현해, 우리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분위기·톤을 가질 수 있었다. 그것 때문에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함께 시나리오를 쓴 한진원 작가는 '캐릭터'를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선과 악이 이분법적인 대립으로 흘러가지 않는 점"과 "디테일한 구성"이 영화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작가는 "캐릭터들 간 각자만의 드라마가 있고 욕망에 따라 살아가는 이유가 있다. 모두에게 연민이 갈 수 있다는 점이 색다른 즐거움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또 "자료조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 여러 부분이 있다. 저는 서민 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기우(최우식 분)에 가까웠고 박 사장(이선균 분)은 판타지에 가까웠다. 그래서 취재원들이 중요했다. 디테일을 쫓아나가는 작업을 통해 즐거움을 줄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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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감독과 배우들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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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은 '봉하이브' 현상에 대한 감탄부터 늘어놓았다. "아카데미 캠페인을 따라다니며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에 대한 인기에 입이 떡 벌어졌다"라며 "옆에서 지켜보니 항상 유머를 놓지 않더라. 그 모습을 팬들이 참 좋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의 해외 인기에 관해서는 "칸 국제영화제에 여러 영화가 나왔지만 과거에 대한 회상, 현시대를 짚는 영화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거 같다. 미국·유럽 등 세계가 경제적인 문제를 겪고 있으니 동시대적인 문제를 공감할 수 있고 또 이를 재미있고 심도 있게 담아내 관객들이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해석했다.

작품성과 완성도도 뛰어나지만 봉 감독과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국내 배급사 CJ E&M과 해외 배급사 네온의 '열혈 마케팅'도 한몫했다. '오스카 캠페인'을 위해 시작한 인터뷰며 홍보 마케팅이 '기생충'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대형 스튜디오나 넷플릭스보다 홍보 예산이 적었던 '기생충'은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승부했다. 실제로 대형 스튜디오가 내건 홍보 포스터에 '기생충'의 스티커를 부착하며 '기생'하는 형식의 홍보 전략은 온·오프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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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해 외신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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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경쟁작들은 시내에 전면 광고를 내거는 등 물량 공세를 했지만 우리는 팀워크와 아이디어로 열세를 커버했다. 저와 송강호 선배가 코피를 흘린 일도 많았다. 인터뷰는 600개 이상 소화했고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도 그 이상 해냈다. 작품을 깊이 있고 밀도 있게 검증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거들었다.

이러한 '기생충' 열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지난 17일 기준 북미에서만 4433만4442달러(약 528억7768만원)를 벌었으며,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은 1억9031만262달러(약 2269억 8304만원)을 기록 중이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기생충'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기생충: 흑백판'을 오는 26일 개봉한다. 이미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또 한번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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