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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주말에 뭐볼까] 뮤지컬 `드라큘라`, 코로나도 뚫은 김준수 티켓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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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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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면 안 돼 멈출 수가 없어 더 이상 그대 품을 외면 못해."(뮤지컬 '드라큘라' 중 미나)

코로나19의 숙주로 지목돼 뭇매를 맞는 박쥐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오히려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박쥐도 있다. 인기 뮤지컬 배우 김준수, 전동석, 류정한 등이 연기하는 '드라큘라'다.

최근 기자가 갔던 뮤지컬 극장 샤롯데씨어터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연계 위축 분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공연장 전 층을 가득 메운 팬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초연 때부터 함께 하며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김준수가 연기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많은 사람의 발열 여부를 일일이 검사하느라 건물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 안으로 들어가는 데만 수분이 걸렸다.

줄거리는 여러 장르를 통해 접해온 터라 새로울 게 없다. 뱀파이어로 살고 있는 트란실바니아의 영주 드라큘라 백작이 사별한 아내 엘리자벳사와 닮은 미나 머레이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얘기다. 이젠 익숙한 스토리지만 상연할 때마다 수많은 관객을 끌어 모으는 건 화려한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명연이 갖고 있는 소구력 덕분이다.

하얀색 십자가가 피로 물들고 이내 박쥐들이 나타나는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깔끔한 영상 솜씨들이 이후로도 여러 번 보인다. 웅장한 위용을 과시하는 드라큘라의 성(城)은 대극장 무대를 최대한으로 활용해 실제 느낌을 줄만큼 크고 높다. 4중 구조 회전 무대도 빼놓을 수 없는 이 작품의 자랑거리다. 빙빙 돌며 묘지, 거실, 정원 등으로 모습을 바꾸는 세트는 한 순간도 집중을 놓지 못하도록 만든다. 이에 더해지는 배우들의 애절한 감정연기는 화룡점정이다. 약혼자 조나단을 사랑하면서도 파멸적 매력을 가진 드라큘라에게 끌리고 마는 미나의 고뇌를 잘 표현한 임혜영의 호연이 일품이다. "자유를 줘도 소용없어 하늘을 버리고 날아갈 거야 그대"라고 고백하는 노래 'IF I HAD WINGS'에서 잘 드러난다.

김준수도 티켓파워에 걸맞은 연기력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이에게 진심을 고백하고, 그를 위해 고결한 희생을 치르는 '김준수표' 드라큘라에 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이어진다. 허공에 매달려 있는 관 안에서 미나와 교류하는 모습은 아찔하면서도 짜릿하다. 이 작품의 백미로 손꼽히는 'LOVING YOU KEEPS ME ALIVE'와 'FINALE' 등 노래에는 감정을 깊이 실어 부른다.

작곡은 '지킬 앤 하이드' '몬테크리스토' 등으로 유명한 프랭크 와일드혼이 맡았다. 연출가는 '지킬 앤드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를 작업했던 데이비드 스완이다. 미나 머레이 역은 임혜영 외에도 조정은과 린지가, 반 헬싱 역은 강태을, 손준호가 연기한다. 오는 6월 7일까지. 별점 ★★★★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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