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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책과 삶]여성, 성소수자…네 세기에 걸친 11명의 삶, 교차시켜 드러낸 ‘진실의 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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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지음·지여울 옮김

다른 | 840쪽 | 4만4000원

경향신문

책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은 요하네스 케플러다. 그는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고 반세기쯤 지난 뒤 독일 튀빙겐의 루터파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신학보다 당대의 “급진적 사상”이었던 지동설에 매달린다. 성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로 낙인찍혀 그라츠로 추방된다. 저자는 케플러가 당대의 적들에 둘러싸인 채 “인간의 자만심에 최초로 도전장을 내민 위대한 사상”을 추구했던 행위와 더불어 “마흔아홉 가지의 죄”를 뒤집어쓰고 마녀로 몰렸던 그의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로 연결시킨다. 그 ‘연결’이야말로 책의 포인트다.

케플러에 관한 약 40쪽의 ‘짧은 평전’ 이후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들의 삶도 그렇다. 책에는 미국의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 시인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하녀 출신의 천문학자인 윌리어미나 플레밍, 조각가 헤리엇 호스머, 시인 에밀리 디킨슨, 마지막으로는 해양생물학자 레이철 카슨과 작가이자 비평가인 마거릿 풀러까지 등장한다. 찰스 다윈과 소설가 허먼 멜빌을 제외한다면 모두 여성이며, 성소수자도 많다. 저자의 관점을 짐작할 수 있는 지점이다.

불가리아 태생의 문예비평가인 저자는 네 세기에 걸쳐 그 모든 인물들의 삶을 교차시킨다. 책은 ‘앞서 나간 자들’이라는 부제를 지녔는데, 저자는 시공을 초월해 그 인물들 모두에게서 벌어진 “회피할 수 없는 상호관계망”에 주목한다. 그렇게 각자이면서 또한 연결된 11명의 평전을 한 권으로 묶어냈다. “교차점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선 몇 십 년 혹은 몇 세기를 두고 멀리 떨어져 보아야 한다. 사실(fact)은 다른 사실과 이리저리 얽혀 더 큰 진실의 음영을 드러낸다. 이는 상대주의가 아니다. 가장 광대한 규모의 사실주의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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