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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서초동 25시] 現정부 비판 구호가 점령한 대검 앞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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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함 호소하던 민원 대신 "이성윤 징계" "윤석열 호위" 정치 구호 현수막 50여개 걸려

21일 오후 3시,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 6번 출구에서 대검찰청 정문까지 200m가량 되는 도로 양쪽에는 5~6m 길이의 노란색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이 현수막에는 '중범죄자 문재인을 구속 수사하라!' '후퇴는 없다! 윤석열을 호위하라!' 등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검찰청 정문 쪽에 걸린 현수막은 대여섯 개 정도였지만 최근 50여개까지 늘었다.

조선일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도로에 '중범죄자 문재인을 구속 수사하라!'는 등의 주장이 적힌 현수막 50여개가 도로를 따라 걸려 있다. /남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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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큰길을 사이에 두고 대검 맞은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정문 쪽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오래전부터 걸려 있었다. 최근 이 현수막들은 길에 구겨진 채 버려지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중징계하라'는 현수막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는 또 지난달 말부터 보수 성향 유튜버 김상진씨가 매일 아침 8시 '문재인 구속, 조국 구속, 이성윤 사퇴, 윤석열 파이팅' 같은 구호를 외치면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과거 검찰청사 앞에는 검찰 수사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담당 검사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주로 걸렸다. 1인 시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 정부를 비난하는 '정치 구호' 일색으로 바뀌었다.

중구난방 걸려 있는 현수막을 철거할 방법도 없다고 한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르면, 야외에 설치되는 모든 광고물은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단체나 개인이 적법한 정치활동을 위한 행사 또는 집회 등에 사용하기 위해 표시·설치하는 경우'는 신고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도 대검찰청 앞에는 김씨가 대표로 있는 '자유연대'가 '검찰총장 응원 집회'를 신고해 뒀다. 신고 인원은 300명이지만 실제 참석하는 건 2~3명 정도다. 이런 방식으로 집회 신고하고 플래카드를 잔뜩 걸어두면 경찰로서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를 응원하는 내용이지만 검사들은 오히려 난감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 구속'까지 외치는데 공직자로서 안 불편할 수 있겠느냐"며 "조국 수사나 울산 사건 수사에 불만을 품은 쪽에서 '검찰이 한쪽 진영을 대변했다'고 주장할 빌미만 줄 것"이라고 했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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