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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마사지 해줄게 입원하세요"···특히 한방병원에 '나이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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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씨는 자동차 사고에 따른 경추간판장애(목디스크)로 16일 동안 입원했다. 하지만 이 중 5일 동안 몰래 외출해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면서도 5개 보험회사에 입원 보험금을 청구해 총 800만원을 수령했다.

#2 무직이던 B씨는 2개월 동안 16개 보험사에서 21건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다. 4개월 뒤 사고로 추간판장애가 생겼다며 장기간 입원을 반복했다. 병원을 수시로 바꾸는 편법을 동원해 그가 받은 보험금은 5억6000만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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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사고로 입원한 뒤 입원 일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부당한 보험금을 청구하는 ‘나이롱 환자’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1번째 확진 환자가 입원 중 수시로 외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입원 중에 환자가 외출한 것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의료진의 허락이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위로 입원하거나 과도하게 보험금을 청구하는 건 엄연히 범죄다. 지난해 상반기 이런 보험사기로 적발된 인원은 4만3094명으로 2018년 상반기보다 11.4% 증가했다. 적발금액은 413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허위(과다) 입원·진단 및 사고내용 조작 등을 포함한 허위·과다사고 유형이 3130억원으로 전체의 75.7%를 차지했다.



보험 수십 개 들고 한 달에 한 번씩 입원하기도



2018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중상자는 10년 전보다 51% 감소했다. 치료 기간이 3주 미만인 경상 환자는 41% 증가했다. 전체 환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고, 경상 환자가 더 많아졌는데도 1인당 대인배상 치료비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가입자는 치료비와 일당을 받는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치료비는 실비 형태로 처리되지만 일당은 환자의 몫이라 가입한 보험이 많을수록, 입원 기간이 길수록 받을 돈도 많다”며 “병원을 옮겨 다니며 입원 기간을 늘리려는 환자가 적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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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보험사기 적발금액.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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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입장에서 ‘나이롱 환자’는 오랜 골칫거리다. 해결이 쉽지 않은 건 상해 여부와 치료 종결 여부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왜 입원하느냐고 따지기 어렵다. 그러니 많게는 수십 개의 보험에 가입한 뒤 거의 매달 사고가 났다며 입원을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에선 '사고다발자'라고 부르는데 이런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허위 입원 여부를 밝혀내는 게 관건이다. 하지만 입원 기간에 취미 활동을 즐기거나 심지어 아르바이트해도 증거를 찾아내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2017년 금융감독원이 대리운전 기사가 허위로 입원해 보험금을 편취한다는 제보를 접수한 뒤 134명을 적발한 적이 있다. 무려 1년간 기획조사 끝에 나온 성과다.



'마사지 서비스 드릴 테니 입원하세요' 병원이 유치



현행법에 병원은 입원 환자의 외출이나 외박 관련 사항을 기록해야 하고, 보험회사가 요청하면 이를 제출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기록을 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심지어 증거 인멸을 위해 환자에게 휴대전화를 병실에 두고 외출하라고 가르쳐주는 병원도 있다”며 “기록 보관 기간이 짧아 시간이 지나면 확인이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오래 입원해야 일당을 많이 받는 환자, 이런 환자가 많아져야 수익이 늘어나는 병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환자와 병원을 연결하는 불법 브로커(중개인)의 활동도 여전하다. 심지어 지방병원 중엔 공짜 마사지, 피부 케어 서비스 등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세워 나이롱 환자 유치에 나서는 곳도 있다. 한방병원이 특히 많다. 2017년 광주광역시에서만 무려 19곳의 한방병원이 나이롱 환자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 환자’를 유치하다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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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로 보험금 지급액이 불어나는 건 보험료 인상 요인이다. 결국은 그 부담이 일반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2016년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제정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사기 수사에 필요한 때 보험 계약자의 입원 적정성을 심사하는 제도가 생겼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심평원의 적정성 심사 미결건수는 2015년 3300건에서 2018년 4만2368건으로 늘었다. 평균 처리일수도 같은 기간 98일에서 479일로 증가했다. 1건을 처리하는데 1년도 더 걸린다는 얘기다. 요청은 많고, 인력은 부족하니 당연한 결과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병원의 입원 기록 관리가 부실해도 겨우 벌금형 정도”라며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처벌 수위를 확실히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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