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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코로나19 와중에… 일본, 환자 ‘혐오’에 의료진 비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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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판정받을 때까지 아이 등교 막아라” 등 피해 사례 속출

세계일보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나온 버스 운전자들이 지난 21일 방호복을 입고 이동하고 있다. 요코하마=EPA연합뉴스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며 코로나19를 향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일본인은 코로나19에 대응 중인 의료진에게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일본 학회에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23일 일본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일본재해의학회는 이사회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하는 의료진에 대한 비방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현장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위험한 상태에 두고 활동하는 의료인 가운데 직장에서 세균 취급을 당하는 등 ‘이지메(괴롭힘)’를 당하는 경우가 있는 등 믿기 어려운,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사례가 보고됐다”며 “코로나19 현장에 나간 의료진의 자녀가 보육원이나 유치원에서 등원을 자제해달라고 요구받거나 의료진이 직장 상사로부터 현장 활동에 대해 사죄를 요구받는 일 등이 벌어졌다”고 우려를 표했다.

해당 학회는 “인도적 활동에 참여한 모든 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비판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한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시에서는 이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의 직원에게 그가 코로나19 음성으로 판정받을 때까지 중학생 자식을 등교시키지 않으면 좋겠다고 요구하는 전화가 수차례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이 이 학생이 다니는 중학교 교장이라고 주장했으나 산케이신문에 따르며 병원 등에서는 전화를 건 사람이 타인을 사칭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우한시에서 귀국한 뒤 양성으로 판정된 사람이 입원한 지바현 가모가와시 내 한 병원으로는 “코로나19에 걸렸다”며 놀리는 듯한 전화가 5차례 왔다고 알려졌다. 이외에도 교도통신은 교토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중국인은 일본에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쓴 중국어 전단을 전신주에 부착한 50대 남성이 지난 21일 옥외광고물 조례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공포의 배’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선상에서 감염된 코로나19 환자 외에도 일본 열도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며 지난 22일 누계 환자는 769명으로 늘었다. 지바현에서 나온 확진자 중에는 현직 중학교 교사들도 포함됐고 이외 후생노동성 직원과 검역관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예방과 방역에 앞서야 할 사람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는 감염 우려와 별개로 코로나19를 향한 편견이 직접적으로 표출되거나 집단 괴롭힘이 발생하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 감염 우려가 있는 경우 광역자치단체의 판단으로 휴교 또는 학급 폐쇄 등의 조치를 하도록 각급 교육위원회에 요청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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