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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명동 영화관 ‘텅텅’… 주말 강습도 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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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승에 달라진 일상
한국일보

23일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CGV명동점이 낮 시간인데도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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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보경(33)씨는 22일, 23일 이틀 동안 이른바 ‘방콕’했다. 잠시 산책한 시간을 빼곤 주말 내내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친구와 약속도 한 달 뒤로 미뤘다. 대신 종일 집에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로 평소 보지 못하던 드라마를 몰아봤다. 식사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간편음식으로 모두 해결했다. 김씨는 “며칠 새 확진자가 쏟아지는 걸 보면서 자칫 나도 감염될 수 있겠다 싶어 다들 약속 취소하고 집에만 머무르는 분위기”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이 시민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특히 주말 외출이 급격히 줄면서 주요 도심 번화가나 극장가는 한산하기 그지 없었다. 외출 대신 ‘방콕’생활에 돌입한 시민들로 인해 배달업체만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주말인데도 주요 도심 번화가는 사람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23일 낮에 찾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는 이따금씩 마스크를 쓴 관광객 몇몇만 눈에 띌 뿐 썰렁했다. 평소라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명동 초입의 한 대형 쇼핑몰엔 10여명 정도만 서성거리고 있었다. 근처 극장가는 더 썰렁했다. CGV명동점 로비엔 일본인 관광객 2명만 보였다. 명동의 한 양식당엔 점심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식당 주인 김모(45)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면서 시민들이 불안이 커진 것 같다”며 “이번 주말 장사는 완전히 망했다”고 말했다.

다른 도심 번화가도 사정은 비슷했다. 평소 주말이면 인파로 붐비는 홍대 인근 거리나 강남역 거리도 한산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문모(47)씨는 “매출이 평소의 반에도 못 미친다”며 “이번 주말에 손님이 없어 음식 재료가 그대로 남은 탓에 다음 주에 쓸 재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신천지 본부가 자리한 경기 과천시 상권도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과천 신천지 교회와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이마트 과천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건물 내 일부 점포도 주말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확진자가 확 늘어난 지난 18일 이후부터 인터넷 카페 등엔 ‘주말 동안 방콕 하려고 하는데 뭘 하고 놀아야 할지 알려달라’는 취지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는 주말의 자세’란 글엔 ‘마트도 조심해서 다녀라’란 조언부터 ‘넷플릭스 몰아보기’, ‘마트 대신 쿠팡 이용하기’와 같은 팁을 알려주는 댓글이 70여개 달렸다.
한국일보

23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주말인데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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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이 뚝 끊기면서 외식업체는 울상이지만 배달업체는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서대문의 한 배달 삼겹살 집을 운영하는 식당 주인은 “평소보다 주문량이 많아져 대기 시간이 20분씩 길어졌다”고 말했다. 배달앱을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자사 음식배달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 입점 문의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고객이 몰리면서 최근 일부 쇼핑몰에선 조기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마트 SSG닷컴의 경우 지난 19일부터 주문량이 폭증해 다음 주 월요일까지 빠른 배송인 ‘쓱 배송’이 모두 마감됐을 정도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골프장은 이용객들로 넘쳐났다. 직장인 최지모(35)씨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취소할까 고민도 했지만 골프장은 완전 개방된 곳이라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거 같아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왔다”며 “그런데 막상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골프장이 꽉 찬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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