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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단독] 이스라엘, 韓관광객 이동금지…200명 군부대 격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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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공포 / '코리아 포비아' 확산 ◆

매일경제

지난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편을 상대로 이스라엘 정부가 검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승객 중 자국민을 제외한 한국인 관광객 130여 명에 대한 입국을 거부하고 이 항공편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사진 제공 = 이스라엘 가이 엘스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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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과 검역 강화 조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한국 관광객을 태운 항공편을 일방적으로 회항시키고 현지 체류 관광객 중 의심 환자 200여 명을 군부대에 격리시키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한국 외교부는 "격리는 사실무근"이라며 안일한 대응 역량을 노출시켰다.

23일 항공·여행업계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30분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대한항공 KE957편은 이스라엘 정부의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약 2시간 만인 9시 50분쯤 입국을 거부당한 한국인들을 태우고 출발해 23일 오후 2시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해당 정기편이 한국에서 이륙하기 전 해당국에 입국 제한 조치를 사전에 통보하는 게 국제적 관례임에도 이스라엘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현지에서 입국 거부와 회항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스라엘 관광청은 22일 이스라엘 내 체류 중으로 파악되는 1600여 명의 한국 국적 여행자에 대해 자가격리(호텔 등)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라는 고지문을 띄웠다.

이스라엘 관광청은 "오늘 기준으로 아직 14일이 지나지 않은 여행자는 모두 자가격리 조치될 예정"이라며 "예컨대 오늘부로 이스라엘을 여행한 지 2일이 된 자는 12일간 자가격리 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지난주 예루살렘으로 떠났다는 이 모 목사는 23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오늘 오전에 검사를 진행했다"며 "건강 상태를 체크한 뒤 호텔, 민박 또는 가능한 한 한인교회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3일 남은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며 "오늘부터 격리가 시작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위터에서는 "이스라엘 출장 중인 한 임원이 지금 호텔 방에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등 현지 한국인들이 격리 상태에 있다는 증언이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한국 외교부는 매일경제 보도에 "입국한 한국 관광객에 대해 격리 조치를 실시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소극적인 해명만 되풀이했다. 이스라엘 현지 한국민들이 사실상 격리·검역 조치를 증언하고 있음에도 초동 대처를 둘러싼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 당국 말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와이넷, 예루살렘포스트 등 현지매체는 이스라엘 보건부와 국가안보위원회(NSC)가 한국 관광객 중 의심 환자 200여 명을 추려 예루살렘 남측 군부대에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가 현실화하면 해외 자국민 안전·보호를 둘러싼 한국 정부 대응 역량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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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대한항공은 24일 출발할 예정이던 텔아비브행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다. 대한항공이 인천~텔아비브 항공편 운항을 중단함에 따라 현지에 발이 묶인 한국인 체류자들의 귀국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23일 "이스라엘 측과 긴밀한 협의하에 이스라엘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필요시 여행객 조기 귀국 등 관련 대책을 조속히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은 22일한국에 대한 여행경보(travel advisory)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이전 중국을 상대로 발령한 '여행 금지' 수준은 아니지만 자국민이 한국을 여행할 경우 현지 감염자 접촉 가능성 등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다. 국무부 여행경보는 4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일반적인 사전 주의 실시'를, 2단계는 '강화된 주의 실시'를 각각 의미한다. 3단계는 '여행 재고', 4단계는 '여행 금지'에 해당한다.

앞서 국무부는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에 대해서는 2일자로 4단계인 여행 금지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홍콩(20일), 마카오(11일)에 대해서는 2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했다.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요르단도 이날 한국인 입국 금지령을 내렸다.

동남아 국가들에서도 경고 조치가 속속 발표됐다. 21일 베트남 외교부는 자국민에게 한국 당국이 발표하는 코로나19 발생 지역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 있는 베트남 국민을 상대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한국 정부의 안내를 늘 주시하면서 잘 따라 달라고 당부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시는 지난 주말부터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 관광객에 대한 검역을 대폭 강화했다. 응우옌득쭝 하노이시 인민위원장(하노이시장)은 21일 보건당국에 "한국, 일본, 싱가포르 관광객을 면밀히 관찰하고 질병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격리하라"고 지시했다.

대만도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는 자국민에게 스스로 방역 보호 조치를 강화하도록 당부하는 여행경보 2단계를 발령했다. 대만의 여행경보는 1단계 주의(watch), 2단계 경계(alert), 3단계 경고(warning)로 한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설 경우 최고 수준인 3단계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박만원 기자 / 이재철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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