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언행을 유아행동론으로 분석한다. 떼쓰기의 절정기인 ‘미운 두 살(terrible two)’의 행태라는 것이다. “두 살 때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제한돼 이랬다저랬다 하고, 자신의 힘을 착각해 무모한 실험을 하며, 타협과 양보를 할 줄 모르며, 남을 괴롭히고도 억울하다고 주장한다”(워싱턴포스트). 이런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미 의회의 고충도 여간하지 않을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지난해 6월 트럼프가 관세 부과 위협으로 멕시코와 불법이민 방지 협상을 타결하자 비판 성명을 내고 “위협과 유아적 분노발작(temper tantrum)은 외교 협상의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tantrum’은 주로 유아들이 발작적으로 성질을 부리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다. 두 사람의 대립은 지난 4일 트럼프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 하원 회의장에서 극적으로 표출됐다. 펠로시 의장이 관례상 악수를 청했으나 트럼프가 무시했고, 펠로시는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설문 사본을 북북 찢어버렸다. 펠로시도 심했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그간 얼마나 힘들면 저랬을까’ 하는 동정론도 일었다.
트럼프의 ‘유아적 성벽(性癖)’은 동맹국이건 뭐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산된다. 한국에 대한 ‘안보 무임승차론’은 대표적인 거짓말이고, 방위비 분담금 50억달러 요구는 전형적인 떼쓰기다. 이번엔 아카데미 영화상 4관왕을 차지한 <기생충>을 걸고넘어졌다. “(한국은) 무역과 관련해 우리를 죽이고 있다. 무역에서 우리를 때리고 빌어먹을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탔다”(21일 라스베이거스 집회 연설). 외국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온 그에겐 부아가 날 일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트럼프의 발언으로 상처입은 것은 <기생충>이 아니라 미국의 품격이다.
서의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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