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후 금연 효과 세계 첫 검증
40세 이상 남성 환자 2372명
건보공단 빅데이터 활용해 분석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팀
심장병 진단을 받은 뒤부터 금연해도 뇌졸중·관상동맥 질환 등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 연구팀은 부정맥의 일종인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흡연 습관 변화와 심뇌혈관 질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방세동은 전신에 혈액을 보내주는 심장 속 심방이라는 부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평상시처럼 심장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가늘게 떨리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심장 내 혈액이 고여 혈전이 생기거나 체내 산소 공급이 제대로 안 돼 만성피로,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 이상 증상을 호소한다.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혈전이 혈관을 막아 뇌졸중 등 치명적인 상황에 부닥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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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동맥질환 위험도는 25% 줄어
심방세동은 노화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수면 무호흡증,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등 발병 원인이 다양하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등 잘못된 생활습관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종전의 연구를 보면 실제 하루 1갑(20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심방세동 등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1.5~2배 높다. 하지만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흡연자가 이후 금연을 했을 때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세계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금연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2003~2012년 사이 새롭게 심방세동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남성 2372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진단 후 초기 2년 이내에 금연 여부를 기준으로 금연 그룹과 흡연 그룹의 심뇌혈관 질환 발생률을 비교했다. 나이·음주·운동량 등 심뇌혈관 질환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보정했다.
그 결과, 심방세동 진단 후 담배를 끊은 금연 그룹은 흡연 그룹보다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가 3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발생 위험도는 41%, 관상동맥 질환 위험도는 25% 감소했다. 이기헌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가 담배를 끊었을 때 실질적인 건강 이득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서울대 의대 장주영 연구원은 “심방세동 환자의 흡연 습관 변화가 향후 심뇌혈관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 최초로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심방세동 국제진료지침 개정 시 금연을 강력히 권고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BMC 공중보건(BMC Public Health)’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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