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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조용헌 살롱] [1233] 敎主의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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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용헌


지나고 생각해 보니까 나는 생전 YS의 상도동 자택 식탁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대통령 퇴임 뒤에 상도동 식탁에 여러 번 앉아볼 기회가 있었다. YS에게 질문을 던질 때마다 내가 생각했던 예상을 벗어나는 답변이 돌아오곤 하였다. “정치인의 자질을 꼽는다면 어떤 부분을 제일 먼저 꼽으시겠습니까?” “카리스마야! 정치인은 카리스마가 있어야 돼.” 카리스마는 정치인만 풍기는 게 아니라 기업을 창업한 기업가들도 가지고 있다. 창업자들을 만나서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해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의 기운에 끌려 들어가는 경험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회오리처럼 사람을 빨아들이는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요즘 표현으로 ‘그립감’이 아주 강하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기업가보다도 카리스마가 더욱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종교의 교주이다.

나는 젊었을 때의 꿈이 교주가 되는 것이었지만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팩트를 너무 깊게 인식하면서 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교주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첫째 정년 퇴직이 없다는 점, 둘째 추종자들의 절대적인 시봉(侍奉)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셋째 좋은 집과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교주의 카리스마는 아무나 가질 수 없다. 크게 3가지 신통력을 보여 주어야만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다. 예언 능력, 치병 능력, 설교 능력이 그것이다. 설교를 잘하는 설통(說通·舌通)의 카리스마 사례를 꼽는다면 1980년대 인도의 명상가 라즈니시를 들 수 있다. 라즈니시는 어려운 주제들을 놓고 너무도 설득력 있게 설교를 하였다. 그의 설교 내용을 묶은 책인 'Great Challenge'는 나의 20대를 매료시킨 책이었다. 불치병을 고쳐주는 치병 능력은 가장 확실한 추종자를 만드는 카리스마이다. 정읍시 입암산 아래의 진등마을에서 살았던 고(故) 최영단 할머니. 최영단은 1970~80년대에 걸쳐서 그녀의 눈동자만 쳐다보아도 병이 낫곤 하였던 신통력의 소유자였다. 그녀와 눈길만 마주치려고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주변 논밭이 모두 주차장으로 변할 정도였다. 호남선의 조그만 간이역이었던 천원역에 그녀를 위해 특급열차가 정차해야만 했을 정도였다. 나는 말년의 최영단 할머니를 여러 번 찾아 뵈었는데, 조선의 할머니 가운데 최영단처럼 기품 있고 당당하였던 눈빛을 본 적이 없다. 예언 능력도 가장 중요한 카리스마이다.

하지만 이 모든 카리스마에도 티오가 있고, 보증 기한이 있다. 이 세상에 무한 리필은 없다. 티오를 넘기면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조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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