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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日 크루즈 방역,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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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자 23명 바이러스 검사 누락

음성 판정 받고 돌아간 외국인 중 미국인 18명 등 26명 감염 확인

"보건행정 바닥 드러나" 비판 나와

승객 하선(下船) 시 바이러스 검사 누락, 음성 판정했으나 하선 후 감염자로 확인…. 일본 정부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대거 나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승객들을 하선시키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감염자가 폭증했는데, 마무리 과정에서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일본 국내외에선 일본 정부 대응에 대한 비난이 더 커지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 후생노동상은 22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탔다가 내린 승객 중 23명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우한 코로나 발생이 확인된 이 배를 2주간 '해상 격리'했다가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반응이 나온 승객 970명을 19일부터 내리게 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일본인 19명, 외국인 4명에 대해선 검사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미국·호주를 비롯한 다른 나라와 달리 이 배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을 추가 격리 기간 없이 집으로 돌아가게 했다. 이에 따라 귀가한 이들 중 우한 코로나 감염자가 있을 경우 지역 확산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이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가토 후생노동상은 "(이번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있다.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고 사과했다.

일본 정부의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돌아간 외국 국적자 750여명 중에서도 잇달아 양성 반응이 나오고 있다. 23일 현재 각국 정부가 보내준 전세기 등으로 귀국한 이들 중 우한 코로나 감염으로 확인된 이들은 미국인 18명, 호주인 7명, 이스라엘인 1명 등 총 26명이다.

일본 도치기현에 사는 60대 여성도 지난 19일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하선 후 귀가했으나 우한 코로나 환자로 판명됐다. 그는 21일부터 발열이 나타나, 이튿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의 바이러스 검사를 믿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 보건 행정은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일본은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독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둘러싸고 이처럼 어이없는 일이 연발하는 데는 아베 내각이 이번 사태 초기부터 안이하게 대응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크루즈선은 영국 국적인데 이게 왜 일본 책임이냐"는 인식이 강했고, 도쿄 올림픽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축소 지향'의 대응을 하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우한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관련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과 그 가족을 따돌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재해의학회는 22일 긴급 발표한 성명에서 "(우한 코로나를 담당한) 의료인 가운데 직장에서 세균 취급을 받는 등 '이지메(괴롭히는 것을 의미)'를 당하는 믿기 어려운 사안이 보고됐다"고 했다. 우한 코로나 치료 현장에 나갔던 의료진 자녀가 유치원, 보육원으로부터 등원 금지를 요구받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에선 23일 하루 동안 69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확인돼 우한 코로나 확진자는 총 838명(크루즈선 확진자 포함)으로 늘었다. 또 크루즈선에 탑승했던 80대 일본인 남성이 이날 폐렴으로 숨졌다고 일본 당국은 밝혔다. 다만 그의 직접 사인이 우한 코로나인지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이 배의 승객 2명이 우한 코로나에 감염돼 숨졌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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