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석 중 191석 휩쓸어… 수도 테헤란선 30석 싹쓸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5년 맺어진 이란 핵 합의를 깨고 지난 2년간 지속해 온 이란 경제 제재가 강경파 입지를 강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투표를 앞두고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투표는 종교적 의무로, 적(敵)들이 지켜보고 있다"며 독려했다. 강경파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표율을 높여 정통성을 높이자는 의도로 풀이됐다. 무함마드 타우시 아자드대 교수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땐 중도파가 뭐라도 할 거란 기대가 있어 찍었지만, 경제·사회·국제 문제 등에서 4년 동안 중도파가 한 게 뭐가 있느냐"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정부 관리를 인용해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강경파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란 정부의 사전 작업도 강경파 승리를 이끌었다. 이란 정부는 총선 전 현역 의원 10여명 등 중도파 후보 7000여명에 대해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며 자격을 박탈했다. 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유권자들이 아예 투표를 거부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부 투표소 투표 시간을 밤 11시 30분까지 늘려 투표율을 높이려 안간힘을 썼지만 이번 총선 투표율은 약 40%로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총선의 정확한 결과는 며칠 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선거구제를 채택한 이란에선 유권자가 자신이 원하는 후보자의 이름을 의석수만큼 투표용지에 수기로 적어 내야 한다. 30석인 수도 테헤란의 유권자는 1453명의 후보자 중 30명의 이름을 길게 쓰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많은 유권자는 자신이 뽑을 후보 명단을 미리 종이에 적어서 오거나, '강경 보수파 명단'같이 후보자 이름이 빼곡하게 인쇄된 리스트를 들고 기표소에 들어간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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